[부부간첩사건]활동경위(8)…핵개발 파악 지시받고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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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내 사회학계의 권위자인 고영복 서울대 명예교수가 포섭된 것은 36년전. 高교수는 월북한 서울대 사회학과 동창생 장내윤 (사리원사범대 교수.사망) 과 삼촌 고정옥 (김일성대 교수) 의 소식을 전하며 접근한 공작원을 통해 지난 61년9월 이대강사 재직중 포섭됐다.

高교수는 이때 "서울대를 중심으로 진보적인 청년학생들 속에서 조직사업을 전개하라" 는 지령과 함께 '공수산' 이란 공작부호와 공작금 1천달러를 받았다.

그는 66년 7월엔 남파된 여자공작원과 접선, 하숙집을 은신처로 소개하며 본격적인 간첩활동을 시작했다.

高교수는 지난 73년 남북적십자회담 당시엔 남측 위원으로 두차례 평양을 방문, 북측 자문위원으로 위장한 대남공작원 강장수와 접촉해 "회담 마지막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면회소 설치등 구체적인 제의가 있다" 며 우리측의 회담전략을 제보하기도 했다.

高교수는 또 89년 6월 사회문화부 공작담당과장인 김낙효가 남파됐을 때는 대학 동창생이 운영하는 서울충정로 소재 기원에 딸린 방을 2개월간 은신처로 제공하기도 했다.

그는 이때 許모.白모.林모씨등 학생운동권 출신및 張모 (52).李모 (52).李모 (61).李모 (55) 씨등 재야인사와, 같은 학과 교수인 金모교수를 포섭하고 핵무기 개발상황등을 보고하라는 지령을 받고 "박정희 (朴正熙) 대통령이 원자탄을 개발하려 했으나 미국의 견제로 실패했다" 는 보고를 하기도 했다.

高교수는 또 지난 9월 이번에 검거된 부부간첩과 처음으로 접촉, 서울대 모교수를 소개시켜주고 경북대 김순권교수가 개발한 우량 옥수수 수원 19.20.21호 종자와 과천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전자주민증을 구해달라는 지령을 받았다.

그는 이와 함께 대선후 대북정책 전망, 슈퍼 301조가 한.미관계에 미치는 영향, 향후 학생운동 전망, 북.미관계에 대한 A4용지 2장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각되기도 했다.

高교수는 11월1일 고정간첩으로부터 "위급상황이니 베이징 (北京) 으로 출국해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가라" 는 전화연락을 받았으나 미처 피하지 못해 자택에서 붙잡혔다.

안기부는 高교수가 철저하게 보수우익인사로 위장해 왔으며 89년 북한으로부터 그간의 공로로 '공화국 창건기념 메달' 과 '조국통일상' 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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