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빚, 자기자본보다 다시 많아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해 상장사들의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서며 자기자본보다 빚이 많아졌다. 재무 구조와 함께 수익성도 함께 악화했다.

3일 금융정보제공사인 에프앤가이드가 2008년 사업보고서 제출을 마감한 1596개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상장 12월 결산법인(금융업 제외)의 재무 구조를 분석한 결과 부채비율이 2007년 81.3%에서 지난해 100.4%로 19.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으로 상장 기업의 부채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2003년 이후 5년 만이다.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에 기업의 돈줄이 마르면서 분석 대상 기업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68조3896억원으로 전년보다 80.2% 늘었다. 순이자 비용도 전년 대비 21.7% 늘었다. 자금 압박의 강도도 높아졌다. 기업이 갖고 있는 당좌자산(현금·예금·매출채권 등 환금성이 큰 자산)을 상환 기한이 1년 이내인 유동부채로 나눈 당좌비율은 전년 96.7%에서 88.1%로 떨어졌다.


이익 창출 능력도 크게 나빠졌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7년 10.2%에서 지난해에는 4.6%로 급감했다.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한 수치다. 2007년에 기업이 1000원의 자본으로 102원을 남겼다면 지난해에는 46원밖에 이익을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해 국내 예금은행의 평균 수신금리가 연 5.71%였던 점을 감안하면 은행에 돈을 넣어 두는 것만도 못한 수준이었던 셈이다. 상장 기업의 ROE는 2002년 이후 줄곧 10% 이상을 유지해 왔다.

에프앤가이드 김희수 이사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재무 부담까지 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특히 4분기 이후 세계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영업이익률 하락, 금융비용 부담 증가, 환손실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