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한국경제]8.달러소비를 줄이자…유학자녀에 "부업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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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달러 비상에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자녀를 외국에 유학보낸 가정에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뛰어 오르는 환율에 가슴이 덜컥덜컥 내려앉는다.

아르바이트 할 만한 나이가 되는 대학생 이상의 자녀를 보낸 가정은 그래도 덜한 편. 중.고교생을 조기 유학보낸 가정에선 한숨이 가실 날이 없다.

주선민 (40.서울서초구서초1동) 씨는 요즘 캐나다로 유학 보낸 중3 아들을 다시 국내로 전학시킬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아들의 11월분 생활비를 송금하기 위해 지난 5일 은행에 들른 그는 전날만해도 캐나다달러당 7백3원이던 발표만 믿고 돈을 맞춰 갔다가 창구 직원이 계산 끝내기를 기다리는중 무려 달러당 8원이나 오른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캐나다달러는 미국 달러에 연동돼 미국달러의 등락폭이 곧바로 캐나다 달러에 영향을 미친 탓. "가정 형편상 미국달러당 1천원이 넘으면 도저히 유학을 계속 시킬 수 없어요. 어제 1천8원이 됐으니 정말 결단해야 할 것같아요. " 그는 '친구따라 강남가는' 식으로 별 생각없이 아들의 조기유학을 감행했던 자신의 행동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에서 유학자금으로 송금된 돈은 모두 9천1백10만달러. 8월엔 1억3천9백만달러로 53%나 급증하는등 최고를 기록했으나 9월엔 1억4백70만달러로 약25% 급감했다.

두 아이를 미국 뉴욕대에 유학 보낸 崔영진 (52.서울서대문구연희동) 씨는 달러 비상이 걸리자 아예 서울에서만 전화를 걸기로 하고 아이들과 전화통화 시간을 정해놓았다.

서울에서 자정~오전6시에 전화를 걸면 처음 1분까지는 6초당 60원으로 평상시 요금의 절반밖에 들지 않기 때문. 아이가 수업중이어서 전화통화가 불가능할 때는 팩스로 대신하고 있다.

팩스는 A4용지 한장을 빼곡이 써도 불과 1천원밖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崔씨는 "겨울방학에 아이들이 서울에 다녀가기로 했으나 비행기 요금이 1인당 1천1백달러나 돼 예약을 취소하고 아예 그곳에서 적당한 아르바이트감을 찾아보라고 일러뒀다" 고 말했다.

오는 30일 결혼식을 밖에 들지 않기 때문. 아이가 수업중이어서 전화통화가 불가능할 때는 팩스로 대신하고 있다.

팩스는 A4용지 한장을 빼곡이 써도 불과 1천원밖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崔씨는 "겨울방학에 아이들이 서울에 다녀가기로 했으나 비행기 요금이 1인당 1천1백달러나 돼 예약을 취소하고 아예 그곳에서 적당한 아르바이트감을 찾아보라고 일러뒀다" 고 말했다.

오는 30일 결혼식을 갖는 이영현 (28.서울종로구구기동) 씨는 최근 하와이로 가려던 신혼여행을 취소하고 제주도로 바꿨다.

하와이 허니문 단체관광은 5일간 여정에 1인당 93만원인데다 집안 어른 선물등 현지에서 써야 하는 달러도 만만치 않기 때문. 게다가 요즘처럼 달러가 천정부지로 오른다면 결제일이 사용시점으로부터 한달 뒤쯤인 신용카드를 쓰기도 겁나는 일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국제선 탑승률은 지난해 이즈음에 비해 2~3% 줄어들었고 없어서 못팔던 기내 면세품마저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16.5%나 감소한 실정. 뿐만 아니라 물건값마저 달러 대신 원화를 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달러를 전혀 안쓸 수는 없는 노릇. 꼭 쓸 수밖에 없는 경우라도 달러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경주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해외출장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출장 기일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스케줄에 지장이 없다면 가급적 주말에 출발, 도착했을 때 일요일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일 없이 호텔비를 지불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달러를 적게 쓰는 것만으로 비상사태를 해결하기엔 불충분하다.

각 가정의 장롱 속에 잠자고 있는 달러를 끌어내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청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해외출장만 해도 연간 6천회에 달한다" 며 "직원들에게 해외출장에서 남긴 달러를 국내 은행에서 환전해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자는 지침을 내려놓고 있다" 고 말했다.

이윤자 전국주부교실중앙회장은 "달러 부족사태로 인한 경제파국을 막기 위해 온 국민이 달러절약운동을 벌여야 할 때" 라고 말하고 "이를 위해 해외여행과 외제상품 소비 자제를 위한 캠페인을 벌일 것을 추진중" 이라고 밝혔다.

생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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