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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언론들 '구제금융' 문의 빗발…달러환율 최고치 경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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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외환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18일 한국은행에는 한국의 외환위기 실상을 문의해 오는 외국 언론기관과 주한 대사관의 전화가 잇따랐다.

심지어 우리보다 외채가 많은 브라질 대사관에서까지 무슨 일이 나는 것 아니냐고 물어 왔다.

개장 즉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제한폭까지 오른 후 외환거래가 마비된 18일 외환시장은 하루종일 거래가 거의 끊긴 채 사실상 휴장상태가 이어졌다.

주식시장도 장중 한때 13포인트까지 떨어지는등 외환.주식시장의 혼미가 거듭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들은 이날 일손을 놓은 채 앞으로 환율전망과 달러조달 방법을 논의했으나 뾰족한 대안이 없어 한숨만 쉬고 있었다.

신한은행의 이태윤 (李泰允) 국제부장은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악화되는 바람에 은행들이 어쩔줄 몰라 당황하고 있는 실정" 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이달말까지 버틸 수 있는 금융기관이 거의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 관계자들이 이날 오후4시30분까지 전국 기업체의 실수요 내역을 접수받아 은행을 통해 달러화를 공급하느라 19일자 원화에 대한 달러화 매매기준율 발표가 5시 이후로 늦춰졌다.

…이날 대부분 시중은행의 환전창구는 손님이 한두명에 불과하거나 거의 없어 한산한 분위기. 상업은행 본점의 한 창구직원은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려는 외국인 관광객들만 창구를 찾았을뿐 달러값이 너무 올라서인지 환전을 하겠다는 손님이 거의 없다" 고 말했다.

한일은행 관계자도 "당장 여행을 떠나는 손님이외에는 환전을 하지 않고 관망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라면서 환율급등에 따른 불안심리 때문에 손님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분석. …명동과 남대문 뒷골목의 암달러상들도 달러값 폭등으로 달러화를 사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50대 후반의 한 암달러상은 "달러를 팔겠다는 사람들한테서 달러를 사들이고 있지만 반대로 사겠다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며 "정부 대책이 내일 발표되면 달러값이 떨어질텐데 이러다 큰 손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 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암달러 시세는 1백달러당 10만1천5백원 (고객매수가)에서 9만9천원 (고객매도가) 선에서 형성됐는데 이는 한달전보다 5천~6천원정도 오른 것이다.

…한국정부가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 (IMF)에 구제금융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국은행 국제부는 사실여부를 묻는 로이터등 외국 언론과 대사관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기도. …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미상태로 접어들자 일선 금융기관 관계자는 '마침내 우려했던 것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 는 반응과 함께 정부가 시급히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서울의 한 대형종금사 사장은 "기아문제를 신속히 처리하지 않고 3개월동안 질질 끈 것이 현 금융위기의 원인중 하나가 됐다" 며 "정부는 신뢰가 사라진 금융시스템아래서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신속히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고 말했다.

기업들도 달러부족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현대전자 자금담당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에서 신규 외화대출을 중단한 것은 물론이고 기존 대출금에 대해서도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고 말했다.

김종수·이영렬·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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