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Biz] 작게 작게 더 작게 … 이유 있는 미니 열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왼쪽부터 1.19kg짜리 LG 미니노트북, 250mL 하이트 미니, 기존 제품 4분의 1 크기인 스팸 싱글, 84짜리 신라면, 리틀 처음처럼, 소용량 백세주·복분자, 초소형 웅진코웨이 정수기. [업체 제공]


작은 상품이 점차 위력을 더해 간다. 가볍고 편리하고, 건강을 생각하고, 값이 싸고, 낭비를 줄여 친환경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디지털 전자제품부터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미니 열풍’이 번진다. 합리적 소비, 웰빙 트렌드, 1인 가정 증가, 기술 발전도 제품 쪼개기를 가속화한다. 더욱이 수십 년 만에 찾아온 대불황 아닌가.

◆웰빙·싱글족 겨냥=이 열풍의 중심에는 웰빙 문화와 싱글족의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양껏 먹고 마시지 않는 적당한 섭생이 즐겁다’는 웰빙 가치가 확산하면서 식품·주류 업계에선 용량을 확 줄인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국순당은 지난해 ‘명작’ 복분자주 등 네 종류의 전통주 소용량 제품을 출시했다. 기존 용량(375mL)의 5분의 1인 75mL로, 술이 두 잔쯤 나온다. 백세주(375mL)의 3분의 1 크기인 백세주 미니(128mL)도 나왔다. 이들 미니 술 5종의 판매량은 지난해 7월 4만 병에서 지난달 20만 병으로, 1년이 채 안 돼 다섯 배로 뛰었다. 고봉환 홍보팀장은 “부어라 마셔라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술을 음미하고 즐기는 쪽으로 음주 문화가 바뀌면서 소용량 제품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소주와 맥주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소주는 판촉용으로 만든 ‘리틀 처음처럼’이 의외로 인기를 끌자 아예 시판용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일반 용량의 3분의 1 크기로 소주 두 잔쯤인 120mL 병이다. 하이트맥주의 하이트 미니(250mL)는 종전 355mL와 500mL 캔 제품에 비해서는 ‘몇 모금 되지 않는’ 양이지만 반주 정도로 한두 잔 즐기려는 여성과 젊은 층에 인기다.

농심은 지난해 2월 기존 신라면(120g)의 3분의 2 크기인 ‘신라면 김치’(84g)를 선보였다. 식사량이 적은 10~20대 여성을 겨냥해 양을 줄이고 g당 칼로리도 낮췄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체중 조절에 신경 쓰는 30·40대 주부, 야식을 즐기는 남성들에게까지 고객층이 넓어졌다는 설명.

◆불황기 알뜰심리 가세=제품 크기를 줄이면서 가격을 낮췄다. 이 때문에 낭비를 줄이고 생활비를 아끼려는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웅진코웨이가 내놓은 소형 정수기는 기존 정수기 크기의 절반 수준으로 값은 30~50% 싸다. 출시 첫 달인 지난해 1월 1500대가 팔렸는데 지난달엔 6400대로 네 배를 훌쩍 넘겼다.

샘표식품의 소형 진간장(150mL)은 백화점에서 850원이다. 지난해 이 품목의 매출은 2007년보다 47% 늘었다. 그래서 이달 중 양조간장도 150mL 제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심선애 과장은 “1.8L가 주류였던 간장병은 2000년대 중반 이후 1L 미만으로 작아졌다가 최근 더 작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인 이마트에서 식용유 0.9L 상품은 올해 들어 매출이 64% 신장했지만 1.8L짜리는 21% 줄었다. 참기름 역시 320mL는 지난해보다 30% 많이 팔렸지만 900mL짜리는 25% 줄었다. 고추장과 된장은 500g 크기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26% 늘었지만 1㎏ 상품은 12% 줄었다. 이마트의 소용량 상품 전용코너인 ‘미니미니’에서 파는 미니 참기름(55mL)·케첩(65g)·마요네즈(50g)·골뱅이(140g) 등은 올 들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50% 늘었다. 미니 열풍은 가공식품에서 신선식품으로까지 번진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감자·양파·마늘 등 신선식품 11가지를 소용량으로 포장해 990원에 파는 ‘990 야채’를 내놨다. 최병용 상무는 “고물가 시대에 적게 구입해 알뜰하게 쓰겠다는 합리적인 소비와 어우러져 판매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용량 상품의 단위당 가격은 일반 상품보다 대체로 비싸다. 하지만 지출 절대 금액을 줄이거나 남아 버리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적극 구매한다. 가령 소용량 ‘신라면 김치’(700원)의 g당 가격은 8.33원으로 일반 신라면(750원)의 6.25원보다 비싸지만 꾸준히 나간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