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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포커스]가을엔 '콤팔'을…편지아닌 PC통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달라는 가을 편지. 올핸 몇통이나 보내셨는지? 분홍빛 사연은 고사하고 우표값.엽서값도 모르고 지내기 일쑤인 세월이다.

서신 한통 띄운다 치자. 편지지 고르고 봉투 사야지, 사연을 적어야지. 거기에 주소.우편번호를 확인하고 우표 붙여 우체통을 찾아 나서야 한다.

제대로 갈까, 며칠이 걸릴까, 언제 회신이 올까, 부치고 나서도 조바심. 확실히 휙휙 돌아가는 요즘 세상과는 안 어울리는 통신수단이다.

안되는 게 없다는 사이버 시대에 편지만 예외일라고? PC통신에 가면 편지를 받고 싶은 '누구' 도 바글바글, 보내겠다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이른바 '콤팔' . '컴퓨터 펜팔' 의 줄임말이다.

나우누리의 경우 하루에 올라오는 자기소개와 공개편지가 2백통 이상이고 다른 통신도 마찬가지다.

콤팔에선 '종이편지' 와는 달리 내용을 키보드로 담아 송신하면 그만이다.

상대를 고르는 것도 옛방식과는 비교가 안된다.

수천명의 남녀가 나이.성격.몸무게.혈액형.취미 등의 기준으로 친절하게 갈라 서있다.

이 가을이 왠지 쓸쓸해 프로필을 띄웠다는 장필화 (20.여.경희대1년) 양은 "1주일새 4~5명의 친구를 만들었다" 며 "그것도 키 180㎝ 이상으로만" 이라는 자랑을 곁들인다.

아쉬움이라면 대부분 몇차례 쪽지를 주고 받다가 그냥 대화방으로 가서 리얼타임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바뀐다는 점. 아무래도 '가을편지' 를 고스란히 살리긴 어려운가 보다.

그래도 이재철 (19.연세대1년) 군처럼 "대화보단 서신 교환할 친구를 찾겠다" 는 고집을 내비치는 복고파도 적진 않다.

참, 40~50대가 발견됐다고 "옳거니!" 하며 장문의 편지를 보내진 마시길. 대개 부모 ID를 빌린 10대들이니까.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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