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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에 맞는 스윙이 최고 고덕호 ‘한국의 레드베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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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고덕호 프로(左)가 제자인 윤채영·홍란·서희경(왼쪽 둘째부터)과 필드에서 스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2008년 국내 여자 골프 선수 중 신데렐라는 서희경(6승)과 홍란(2승)이었다. 이들의 활약 덕분에 고덕호(47) 프로는 최고 레슨 프로의 반열에 올라섰다. 서희경과 홍란을 모두 길러 냈기 때문이다. 조아람(1승)까지 우승을 추가하면서 고덕호 사단은 지난해 총 9승을 일궈 냈다. 지난해 KLPGA 투어가 25개 열렸으니 고씨 사단이 36%의 우승 트로피를 가져간 셈이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 골프의 매력에 빠져 PGA 클래스A 티칭프로 자격증을 딴 그는 2004년 한국에 돌아왔다. 몇 년간은 우승을 제조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대박을 터뜨렸다. 고덕호씨는 골프 전문 채널인 J골프에서 PGA 매뉴얼, 라이브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고씨가 급부상하기 전까지 가장 많은 우승을 만든 레슨 코치는 전현지(38·T골프스튜디오 원장)씨다. 한국 여자프로골프를 휩쓴 지존 신지애의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신지애를 가르친 전씨는 지난해에도 KLPGA 투어 7승을 만들어 2위에 올랐다. 신지애가 해외 투어에서 4승을 더 했기 때문에 전현지씨의 지난해 우승은 11승으로 볼 수 있다.

현역 시절 KLPGA 투어에서 1승을 했고, 박사학위까지 딴 전씨는 신지애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두 사람의 체형이 비슷해 레슨 효과가 좋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니어 시절까지 김미현 같은 오버스윙을 했던 신지애는 국가대표팀에서 전씨를 만나면서 지금의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스윙으로 바뀌었다.

2008년 KLPGA의 넘버 3 코치는 외국인이다.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 골프장에 있는 데이비드 레드베터 아카데미 소속 로빈 사임스(29·영국)가 가르치는 김하늘이 3승을 일궈 냈다. 최나연 등 해외 투어에 나가 있는 국내 선수들도 한국에 올 때마다 그를 찾을 만큼 명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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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국가대표 감독인 한연희(49)씨는 최혜용과 오채아를 통해 2승을 일궜다. 2007년 괴물 루키로 불렸던 김경태와 괴력의 장타자 박성호도 가르치고 있다.

골프 레슨 프로는 반드시 투어 프로 출신은 아니다. 최고 코치로 꼽히는 레드베터는 실제 골프 실력은 별로라고 한다. 그는 자신이 공을 치는 모습을 공개하지 않는다. 유소연의 우승을 일군 조수현(49)씨는 프로 자격증이 없다. 그는 경기지도자 2급 자격증을 갖고도 국가대표에서 박세리·김미현 등을 훌륭하게 가르쳤다.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내 딸은 내가 제일 잘 안다”면서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가 레슨을 해주듯 아버지가 코치인 경우도 많다. 안선주와 김혜윤은 독학한다고 했지만 아버지가 실제로는 코치 역할을 한다. 다른 선수들도 가장 중요한 코치는 아버지인 경우가 많다.

여타 종목처럼 골프에서도 코치와 제자 관계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신지애는 올해 초 매니지먼트사를 옮기면서 전현지씨와의 6년 관계를 정리했다. 조아람도 지금은 고덕호 프로에게 골프를 배우지 않는다.

코치가 너무 많은 선수를 가르치면 선수 입장에서는 실속이 없게 마련이다. 2005년 US오픈에서 우승한 김주연은 레드베터에게 수천만원을 썼지만 거의 레슨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에게서 얻은 것이라곤 버디 김이라는 이름뿐”이라고 김주연은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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