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PF 끊긴 지 반 년 … 건축사업 올스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1일 오전 A건설사 토목사업본부. 시공능력 15위권 내의 B건설사 자금담당 임원이 찾아와 간곡한 어조로 뭔가를 부탁하고 있다. 6개월 뒤 나올 공공공사 공사 대금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깡’(미리 돈을 융통하는 것)을 하기 위해 공동 시공사인 A사의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 A건설 담당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 이 끊기다 보니 이런 급전 조달 방식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을 위한 PF가 끊긴 지 반년이 지났다. 돈줄이 끊기면서 작은 아파트 개발사업부터 초대형 프로젝트까지 중단됐거나 그만둘 위기에 처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권도, 건설사도 아파트 사업 외면=지주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 개발사업보다 위험이 적은 재개발·재건축 PF까지도 최근 끊겼다. C건설사 재개발 담당 임원은 “서울 강북 재개발 이주비 등에 필요한 200억원을 PF로 마련하려 했으나 은행의 거절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부동산개발업자가 땅을 확보한 후 일반 개발 방식은 금융권에 발도 못 붙인다. 금융권 입장에선 부동산 PF가 자금을 삼키기만 하는 블랙홀 같은 존재다. 지난해 말까지 80조원이 PF 시장에 풀렸지만 정상적으로 회수된 케이스는 드물다.

지난달 말 SK건설이 일으킨 1700억원의 인천 청라지구 PF가 최근 6개월 새 유일한 주택 PF다. 돈은 간신히 빌렸지만 이자가 너무 비싸다.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연 6.7%인 데다 수수료를 합치면 연 이율이 10%를 넘는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아파트 사업 PF 조건은 CD금리+1% 정도였다. 건설업계는 새로 주택사업을 벌일 엄두를 못 낸다. GS건설의 경우 착공도 안 한 사업장에 묶인 PF 지급보증 금액만 2조4000억원에 이른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건설 임원은 “민간 아파트 개발사업은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뿐 아니라 건설회사마저도 PF 사업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초대형 프로젝트도 휘청=사업비 28조원 규모의 서울 용산 국제업무단지 개발을 추진하는 ㈜용산역세권개발은 PF 불발로 땅값 2차 중도금 8000억원을 납부 기한인 지난달 31일까지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 17%에 이르는 연체이자를 내야 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용석 연구위원은 “사업성이 좋은 프로젝트도 자금 샘이 말랐는데 다른 사업장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고 말했다. 인천 도화지구 및 파주 운정지구 복합단지 개발사업 등도 PF가 막혔다.

대전역세권·경기 광교비즈니스파크·경기 고양 브로멕스 킨텍스 랜드마크 빌딩 등의 대형 프로젝트는 사업자 공모에 실패했다.

후유증은 클 전망이다. 신규 아파트 사업 차질로 주택공급물량이 줄어들면 2~3년 뒤 주택시장이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경기가 회복하지 않는 한 상황을 반전시킬 뾰족한 해법은 없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PF에 관한 은행의 역할을 민간자본이 대신할 수 있게끔 부동산투자 사모펀드에 대해 세제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PF(Project Financing)=흔히 부동산기획대출이라고 한다. 금융기관에서 사업성을 평가해 주택 건설 등 부동산 개발사업(프로젝트)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이 돈은 토지비·건축비 등으로 쓰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