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운전사 풀려난 후 잠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라크에 주둔중인 미군이 지난 10일쯤 김선일씨의 납치사실을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에게 알려줬으며 함께 납치됐던 이라크인 운전사는 지난 3일 풀려난 후 행방을 감추고 있다고 서울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교민이 "지난 10일쯤 미군측이 김씨가 과격.무장단체로 넘겨졌다는 사실을 김천호 사장에게 알려줬으나,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채 독자적 구출 노력에 매달렸으며, 결국 일을 그르쳤다"고 김 사장을 비판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이 미군으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미국이 한국인 납치사실을 알고서도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김선일씨가 변을 당하게 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이 교민은 "김선일씨와 함께 피랍된 이라크인 운전기사가 지난 3일쯤 풀려났으나 '입을 열면 총살하겠다'는 무장단체 협박 때문에 은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지금까지 이 운전기사의 신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으나 이 교민은 "가나무역의 김천호 사장은 이 운전기사의 소재를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 한국 기업인이 10만~30만달러를 주고 풀려난 일이 있을 정도로 현지에서 강도단체에 의한 피랍은 흔한 일이며, 김씨 역시 '알리바바'라고 불리는 단순강도 집단에 납치됐으나 얼마되지 않아 과격.무장단체로 넘겨졌다"고 말했다.

이 교민은 바그다드에 상주하며 한국 기업인과 현지인들로부터 신뢰받는 무역업자로 숨진 김선일씨 등 가나무역 직원들과 친분이 두터워 김씨 피랍.피살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건 발생 한달 전인 4월부터 미군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금 10~20㎏의 현상금이 걸려 있고, 가나무역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주 이라크 대사관과 가나무역 등에 경고했다고 말했다.

이 교민은 또 김천호 사장의 형 김비호씨가 알자지라 방송이 지난 20일 밤(현지시간) 김씨의 피랍 사실을 처음 보도하기 3시간 전에 카타르 주재 한국대사관에 '우리 직원이 실종됐다'고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에 대해 주 카타르 대사관의 정문수 대사는 "김비호씨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알자지라 방송 20분 전 우리 직원이 한국인임을 확인하러 방송국에 가서 처음 알았고, 이를 즉시 본국에 보고했다"며 이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디지털 뉴스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