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종범 일본진출 '빨간불'…구단주,“해태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13일 오전11시 서울마포구 다보빌딩 7층 해태타이거즈 마의웅 사장실. 결혼식 인사차 구단을 방문한 이종범은 마사장을 만나 환한 웃음을 머금은 채 악수를 나눴다.

결혼식 관련 덕담이 오간뒤 이종범은 일본진출 문제를 꺼냈다.

이는 "앞으로 5년안에 야구인생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지금이 최고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포지션이 나이먹어도 뛸 수 있는 투수가 아니라 내야수이므로 이 시기를 놓치면 가고싶어도 가지 못한다" 며 강력하게 일본진출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마사장은 "구단에서도 일본진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네가 빠지면 아끼는 팬은 물론 팀전력에도 큰 손실을 끼쳐 고심중" 이라고 밝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얘기가 진행됐다.

금방이라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도진에 '이종범이 일본에 간다' 고 발표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따르릉' 하며 사장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박건배 구단주였다.

전화기를 타고 흘러나온 음성은 단호하고 짤막했다.

"이종범은 해태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일본진출은 절대불가다.

"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마사장은 물론 이종범도 당황했다.

맥이 빠지고 화가 난 모습으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종범은 주먹을 불끈 쥐고 "서운하다.

그러나 일본에 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최후의 수단까지 각오하고 있다.

절차를 밟아 구단주와의 면담을 통해 내 뜻을 밝히겠다" 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이종범의 일본진출이 파란불에서 빨간불로 급선회하면서 구구한 억측들이 나돌았다.

자금사정이 악화된 해태가 선수까지 팔아치운다는 여론의 빗발치는 비난을 감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과 이종범이 빠지면 메리트가 없어져 구단을 매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다.

명분과 실리의 기로에 선 이종범의 일본진출은 올해 프로야구의 가장 '뜨거운 감자' 일 수밖에 없다.

김현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