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학력평가 거부하는 전교조, 교단에 설 자격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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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초·중학생을 상대로 한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어제 전국에서 치러졌다. 우려했던 대로 평가를 거부하는 학생·학부모들이 등교하지 않고 체험학습을 떠나는 파행이 빚어졌다. 평가를 외면한 학생 수가 700여 명을 헤아릴 정도다. 분별력이 떨어지는 어린 학생들을 이 같은 등교·평가거부 상황으로 내몬 것은 명백한 학습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평가는 또 갈등과 대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 교육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개탄스럽다. 평가 거부 학부모단체가 길거리와 교문 앞에 몰려나와 항의 집회를 벌이고, 시험 거부를 막으려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회원이 폭행을 당했다. 이래서야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우겠는가.

이런 혼란은 전적으로 평가 거부를 부추겨온 전교조 탓이다. 지난해 10월 전국단위 학력평가 도입 때부터 전교조는 학생을 줄세우고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평가 거부 투쟁을 벌여 왔다. 이번 시험 전날엔 전교조 서울·강원 지부가 진단평가 불복종 교사 145명의 이름과 소속 학교를 공개했다. 교육당국이 소수 교사를 선별, 징계할 것에 대비해 집단행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명단 공개 교사를 대량 징계하면 추가 명단 공개로 맞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를 상대로 한번 붙어보자고 협박을 한 셈이다.

이번 진단평가는 학년 초에 학생별로 부족한 부분을 파악한 뒤 적절한 학습지도를 하기 위해 치러진 것이다. 성적 결과도 과목·영역별로 학력 수준에 도달했는지, 미달했는지만 학생 개인에게 통보된다. 학력 격차를 줄이고 낙오하는 학생이 없도록 잘 가르치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그런데도 전교조가 경쟁 없는 평등한 교육이라는 미망에 사로잡혀 학력평가를 가로막는 것은 교육을 망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교육의 핵심 과정인 평가를 빼놓고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리 있겠는가.

전교조는 학력평가 거부처럼 대안 없이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강경노선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공허한 투쟁 구호보다는 학습부진 학생 한 명이라도 더 붙잡고 가르치겠다는 교사의 본분에 충실할 때 설 자리가 마련된다. 차제에 교육당국도 명단 공개 전교조 교사에 대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학생을 볼모로 한 비교육적인 평가 거부행위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이참에 싹을 잘라야 한다. 학교 현장이 전교조에 끌려다니게 내버려둬선 공교육이 바로 서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