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학] 부산 갈매기가 물어 올 고금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부산은행이 ‘부산 갈매기 마케팅’에 단단히 재미를 붙였다. 이 은행은 프로야구 개막(4월 4일)에 맞춰 3일부터 2000억원 한도의 ‘가을야구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롯데가 4강이 겨루는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부산은행이 롯데의 성적과 연계한 상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세 번째. 지난해 4월 2000억원어치의 같은 상품을 내놔 한 달도 안 돼 다 팔았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9월엔 500억원 한도의 특별 정기예금을 출시했을 때도 9영업일 만에 판매가 종료됐다. 부산·경남의 야구 열기를 등에 업고 지방은행으로선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보여준 셈이다. 오수헌 부산은행 개인고객부 부부장은 “롯데가 시범경기에서 빼어난 성적(11승1패)을 낸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조기에 판매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품의 기본금리는 시중금리가 하락한 탓에 지난해(연 5.6%)보다 크게 낮은 연 3.6%다. 대신 부산은행은 ▶롯데 선수가 다승왕과 홈런왕이 되고 ▶롯데의 포스트시즌 성적을 맞히거나 ▶롯데가 우승할 경우 각각 0.2%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준다. 최고 연 4.4%의 금리가 가능한 것이다. 또 롯데의 우승이 확정되면 추첨을 통해 100명에겐 연 10%의 파격적인 금리를 제공한다. 예금 선착순 2000명에겐 일인당 두 장씩의 자유입장권도 준다.

이런 ‘롯데 마케팅’으로 부산은행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얼마나 될까. 오수헌 부부장은 “지난해의 경우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로 2억2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바람에 손해는 아니지만 수익도 얼마 되지 않는다”며 “수익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홍보 효과가 더 큰 셈”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