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전희철 부상 잊은 '에어쇼'…아픈다리 끌고 25득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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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 시즌만 같았어도 이기지 못했을 경기였습니다.

우리 선수들도 많이 성장했군요. "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씻어내며 동양의 박광호 감독은 벤치로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1백1 - 1백, 단 1점차의 승리였지만 박감독에게는 어떤 1승보다 값지게 느껴졌다.

박감독의 말대로 동양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승부처에서 상대의 허점을 물고 늘어지는 근성과 결정력이 돋보였고 쉬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거의 졌다 싶은 경기를 뒤집은 동양의 팀플레이 중심에 키넌 조던이 있었다.

"아픈 다리를 끌고 25점을 넣어준 전희철이 대견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조던을 더 칭찬하고 싶군요. " 박감독은 2분여를 남기고 92 - 91로 간신히 앞선 가운데 리바운드를 독점하며 골밑을 굳게 지켜준 조던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조던은 이 승부처에서 공격 리바운드 1개, 수비 리바운드 3개를 잇따라 끌어내렸다.

조던의 플레이에는 힘이 부족한 대신 탄력과 타이밍이 좋았다.

두 팔을 늘어뜨린 채 흐느적거리다가도 대우의 센터 앨릭스 스텀과 몸이 부딪치는 순간 폭발적인 힘을 쏟아냈다.

조던은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초대받지 못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전희철과 키스 그레이.박광호 감독만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박감독과 동양의 동료들은 이날 진정한 해결사가 누군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날의 한판은 동양이 지난해처럼 허술했다면 당연히 대우가 이겼을 경기였다.

3쿼터 8분쯤 77 - 66으로 뒤졌던 경기를 4쿼터 2분만에 82 - 82 동점을 만들고 4분쯤 89 - 82로 벌리는 순간 대우의 승리가 눈앞에 보였다.

그러나 대우는 마지막 순간에 리듬을 잃는 약점을 또한번 드러냈다.

대구 =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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