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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다툼 류성룡-김성일 위패 서열 확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00년간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서 계속됐던 풍산 류씨와 의성 김씨 가문의 '자존심 대결'이 일단락됐다.

31일 안동시에 따르면 곧 복원 작업에 착수하는 호계서원(안동시 임하면)의 위패 서열이 좌 서애(류성룡), 우 학봉(김성일)으로 확정됐다.

호계서원은 1573년 조선 선조 때 퇴계 이황의 제자들이 스승을 기려 안동에 세운 것으로 이후 퇴계를 중심으로 왼쪽에 누구를 모시느냐로 400년 동안 두 가문과 제자들이 자존심 싸움을 벌여 왔다.

안동에서 나고 자란 서애 류성룡(1542-1607)과 학봉 김성일(1538~1593)은 둘 다 퇴계의 수제자다. 학봉 김성일은 임진왜란 직전에 조선통신사 부사로 일본을 다녀왔으며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도 초유사로 적과 싸우던 중 병사했다. 서애 류성룡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으로 선조 임금을 모시면서 국난을 극복하는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이들의 자손들은 두 사람 가운데 누구를 윗자리인 퇴계의 왼쪽에 모시느냐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

퇴계를 모신 호계서원에서 이들의 서열은 1800년대 초까지 200년 가량 시비가 되면서 임금에게까지 상소가 올라가는 등 논란에 휩싸였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이윽고 서애 류성룡의 위패가 병산서원으로 옮겨가면서 다툼은 사실상 종료됐다.

그 후 200년 동안 이 문제는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 안동시가 호계서원을 복원하기로 하면서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두 가문의 종손은 최근 서로 만나 벼슬 서열에 따라 서애 류성룡을 퇴계의 왼쪽에, 학봉 김성일을 퇴계의 오른쪽에 모시기로 합의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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