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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초 불화 일본서 첫 공개…야마구치시,고려·이조 불교미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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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일본 시모노세키 (下關)에서 기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야마구치 (山口) 시. 그곳 야마구치현립미술관에서 지난달 16일부터 '고려.이조의 불교미술전' 이 열리고 있다.

(16일까지) 소개작은 고려불화 18점을 비롯해 조선초기 불화 21점.고려 불상 18점과 조선 불상 2점 그리고 고려 범종 5점이다.

일본에서 고려불화 18점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지난 78년 나라 (奈良) 야마토분카칸 (大和文華館)에서 고려불화전이 열린 이래 최대 규모다.

여기에는 도쿄 네츠 (根津) 미술관이나 세카이도 (靜嘉堂) 문고미술관의 유명한 '아미타여래도' 와 '수월관음도' 도 있다.

고려불화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에 처음 존재가 알려진 '수월관음도 (水月觀音圖)' 한점. 이 불화의 특징은 특이한 포즈다.

수월관음도는 보통 왼쪽을 향해 몸을 틀어 앉은게 기본형이다.

그런데 이것은 왼쪽으로 앉았지만 고개는 오른편으로 돌렸다.

이 불화를 조사한 정우택교수 (鄭于澤.경주대) 는 "14세기 후반의 작품같다" 며 "고려불화가 조선시대로 넘어가는 양식상의 변화를 추측케한다' 고 말하고 있다.

고려불화와 조선초기불화는 같은 도상 (圖像) 을 그려도 양식적 차이가 뚜렸하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런 양식적 변화를 연구할 자료가 거의 없다.

국내 사찰에 있는 조선불화 가운데 임진왜란 이전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16세기 이전의 조선불화만 모은 이전시는 그래서 주목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조선초기불화는 4점을 제외하고 전부 일본 사찰 소장품이다.

오카야야 (岡山) 지죠인 (地藏院) 의 '아미타여래상' 이나 후쿠이 (福井) 젠묘지 (善妙寺) 의 '아미타팔대보살' 가가와 (香川) 야지마데라 (屋島寺) 의 '수월관음도' 는 고려불화에 자주 보이는 도상이다.

그러나 인도 안락국태자의 행적을 그린 '안락국태자 변상도 (安樂國太子變相圖)' 와 선지식 (善知識) 을 찾아 돌아다니는 선재동자의 모습을 그린 '선재동자역참도 (善財童子歷參圖)' 초기 감로탱화인 '시아귀도 (施餓鬼圖)' 등은 고려불화에는 없는 내용이다.

또 나무상자에 삼존도를 그려넣고 봉안한 것도 조선의 특징이다.

전시를 보러온 박은경교수 (朴銀卿.동아대) 는 고려불화와 조선불화의 양식적 차이를 우선 '비단이 마포로 바뀌고, 주존과 보살들이 상하구분이 없어지는 것' 으로 꼽았다.

이곳의 후쿠시마 츠네노리 (福島恒德) 연구원은 "일본에서도 조선초기불화가 20점 넘게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고 말한다.

그는 78년 야마토분카칸 전시가 고려불화 연구붐의 계기가 된 것처럼 이 전시를 통해 조선초기불화의 관심이 높아지고 연구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야마구치 =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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