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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스존 서거 1백50주년 기념 콘서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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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올해는 독일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 (1809~47) 이 세상을 떠난지 1백50년째 되는 해다.

가곡 '노래의 날개 위에'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이탈리아 교향곡' '무언가 (無言歌)' 등으로 잘 알려진 멘델스존이 19세기 합창운동의 기수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국내 정상급 직업합창단인 서울모테트합창단 (지휘 박치용) 은 멘델스존 서거 1백50주년을 맞아 오는 24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멘델스존의 합창곡만으로 꾸민 프로그램을 무대에 올린다.

이날 공연에서는 혼성합창을 위한 '종교적 합창' '6개의 모테트' 외에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을 위한 '시편 42편' 과 '내 기도 들으소서' 등이 연주된다.

02 - 523 - 7295. 곡중 독창에는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소프라노 임지현 (33) 씨가 출연한다.

서울대.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하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부설학교에서 수학한 임씨는 88 서울올림픽 문화축전때 메노티의 오페라 '시집가는 날' 에서 주역을 맡아 국내 데뷔했으며 시애틀.밴쿠버.시카고 등지에서 모차르트 오페라와 종교음악 독창자로 활동중이다.

함부르크에서 유대인 은행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멘델스존은 그의 서곡 제목처럼 '고요한 바다의 행복한 항해' 를 계속하면서 비교적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낸 음악가로 손꼽힌다.

그는 작곡가 뿐만 아니라 지휘자로 독일 음악사에 공헌한 바 크다. 그는 1835년부터 12년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상임지휘를 맡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워냈고 서곡 - 협주곡 - 교향곡으로 이어지는 음악회 프로그램의 전형을 최초로 확립한 인물이다.

멘델스존은 또 19세기 바흐 복원운동의 기수였다.

그가 바흐의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11세때 칼 프리드리히 젤터 (1758~1832)가 이끄는 합창단 베를린 징아카데미에 입단해서였다.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생을 마감한 무명 작곡가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 로 추앙받게 된데는 멘델스존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는 바흐의 '마태수난곡' 초연 1백년만인 1829년 성 토마스교회에서 이곡을 지휘, 먼지가 수북이 쌓인 악보에 새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바흐의 원작을 수정.편곡.삭제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지만 바흐 음악의 가치를 재발견한 안목 만큼은 높이 살만하다.

그는 1843년 라이프치히 토마스교회 건너편에 세계 최초로 바흐 기념상을 건립했고 독일 최초의 음악학교를 설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델스존이 세상을 떠난지 불과 3년후 바그너는 '음악에서의 유대주의' 라는 책에서 유대인 작곡가 멘델스존이 독일음악의 정신과 깊이에는 못미치는 '피상적인 코스모폴리탄' 이라고 비난했다.

히틀러의 등장과 함께 멘델스존의 음악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연주금지' 를 당했다.

게반트하우스 입구에 서있던 멘델스존의 동상도 철거됐다.

그후 60여년이 흘러 지난 4일 오후2시 멘델스존의 1백50주기를 맞아 멘델스존이 여생을 보냈던 라이프치히 골드슈미트가 12번지에는 멘델스존 기념관이 개관돼 국제멘델스존재단이 이곳에 자리잡았다.

게반트하우스오케스트라의 종신 음악감독 쿠르트 마주어가 15년간 추진해온 숙원사업이 이뤄진 것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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