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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봉 “연민은 그만, 치유의 노래 부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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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심수봉(54)의 노래가 유난히 애잔하게 들리는 건, 굴곡있는 그의 삶이 노래와 겹쳐지기 때문인지 모른다.

1979년 ‘그때 그 사람’으로 데뷔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중 ‘10·26 사건’이 일어났고, 그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그는 “가수로서의 존재를 거부당한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에도 심수봉은 “억울린 마음을 토해내듯” 노래했고,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30일 ‘심수봉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뷰티플 데이(Beautiful Day)’ 및 새 음반 발표 기자회견을 연 그는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생각해보면 가수로 환영받으며 무대에 섰던 기억이 별로 없어요. 그동안 나에게 음악은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한 수단이었죠. 30년을 지내고 나니 이제서야, 그동안의 나를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데뷔 후 첫 10년 간은 “지금 떠올려도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모든 게 두려웠던 시기”였고, 그 다음 10년은 “어릴 적 희망이던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난” 시간이었다. 나머지 10년은 “아픈 기억들을 추스리며” 보냈다. 1985년부터 가진 신앙이 그에게 큰 힘이 됐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은 힘들었던 시간 동안 자신을 지켜줬던 음악과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았다. 4월 25일 부산을 시작으로 청주·대구·마산·울산을 거쳐 6월17~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등 12월까지 전국 약 15개 도시에서 총 30회의 콘서트를 연다. “한 단계 비상하는 심수봉을 보여주고 싶어” 미국·중국·일본 공연도 준비중이다.

4월 말에 발표할 새 음반도 특별하다. ‘사랑밖엔 난 몰라’ ‘백만송이 장미’ 등의 히트곡은 물론 직접 만든 신곡 4곡에 북한가요 1곡도 담긴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남북이 함께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북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들으시라, 그날의 감격을’이란 노래를 직접 개사했어요. 신곡들도 새로운 심수봉을 보여주는 음악이 될 거예요.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는 곡은 데뷔 30주년을 자축하는 밝은 노래예요. 그 동안의 내 노래에 ‘슬픈 자기연민’이 담겨 있었다면 이제는 보다 아름답고 완성도가 높은, 사람들의 영혼을 치유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내 인생 전체에서 지금이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때”라는 심수봉은 “재즈·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도전해보고 싶고, 공연에서는 댄스도 보여주고 싶고, 해 보고 싶은 것이 점점 많아진다”고 했다. 재능있는 젊은 후배들과 함께 하는 작업에도 관심이 많다.

얼마전 ‘콘서트 7080’ 무대에 함께 선 ‘장기하와 얼굴들’은 “창의적인 모습이 좋아” 응원하고 있는 후배다. KBS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 금잔디(구혜선)가 자신의 히트곡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부르는 장면도 봤다는 그는 “그 때 처음 봤는데 남자 배우들이 너무 잘생겨서 계속 보고 있다”며 소녀처럼 웃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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