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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설시조포럼’ 시선집 『청동의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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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사설시조는 요즘 시조 시인들의 고민과 관심사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형식이다. 상당수 시조시인들은 엄격한 평시조 형식에서 벗어나 산문시처럼 자유로운 사설시조 안에 다양한 관심사를 녹여내고픈 열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설시조의 형식적 가능성, 그에 따른 미학적 효과 등을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구의 시조시인 박기섭(55)씨는 “전체 시조시인 1200여 명 중 본격적으로 사설시조에 매달리는 시인은 20∼30명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설시조에 냉담한 이들의 입장은 “자유시가 형식과 소재·주제 등에서 사실상 제약이 없는만큼 시조만이라도 오히려 정해진 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청동의 소리』(고요아침)는 ‘마이너 장르’인 사설시조 ‘전문’ 시인들의 고뇌와 모색이 담긴 앤솔로지(시선집)다.

지난해 초 결성된 동인 모임인 ‘현대사설시조포럼’(대표 윤금초) 회원 9명이 각각 기존작 두 세 편에 신작 서 너 편, 사설시조 시론(詩論)격인 시작노트 등을 모았다. 회원은 박기섭·박영교·송길자·신양란·윤금초·이교상·이정환·이지엽·제갈태일씨다.

윤금초 시인에 따르면 학자별로 사설시조 형식에 대한 정의가 8개나 된다. 그만큼 시인들의 고뇌는 클 게다. 박기섭 시인은 “사설시조 종장은 평시조의 종장 형식이 바람직하나 따르지 못할 경우 초·중장의 흐름을 받아치는 반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사례연구가 유용할 듯 싶다. 박 시인의 ‘하늘시인’은 어렵지 않게 사설시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한 수다.

“간밤에 시인들이 떼로 몰려 왔습지요 연거푸 파지를 내며 머릴 쥐어뜯으며 밭두덕 비탈마다 술잔을 내던지며 그렇게 온밤을 짓치던 하늘 시인들입죠 개울을 줄기째 들었다 태질을 치곤 했다는데요.”

박 시인은 ‘왔습지요’까지가 초장, ‘개울을’부터가 종장이라고 설명한다. 자유시처럼 자유로우면서도 가락이 느껴져 흥겹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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