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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중기 알찬 일터] 골프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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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국내 유력 경제신문에 근무하던 한수진(32)씨는 지난해 5월 스크린 골프방용 시뮬레이터를 제작하는 중소기업인 ‘골프존’ 홍보담당 과장으로 일터를 옮겼다. 급여가 대기업 못지않은 데다 조직문화가 자유롭고 사업 전망이 밝아서다. 그는 신문사에서 쌓은 취재경력을 바탕으로 홍보에 약한 중소기업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고 골프존의 기업가치를 크게 향상시켰다.


2000년 5월 설립된 골프존은 말 그대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2006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120억원)한 이래 지난해까지 연 평균 두 배씩 증가했다. 지난해엔 1000억원 고지(1009억원)까지 단숨에 돌파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영업이익률이 40%를 넘는다는 것. 이 회사 김영찬(63) 사장은 “경기 불황을 타지 않는 사업이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더욱 높다”며 “앞으로 국내 전 지역뿐 아니라 해외까지 인터넷으로 연결해 동시에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네트워킹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한다.

사업이 잘되니 임직원은 매년 수십 명씩 늘어난다. 2006년 42명에서 올해 3월 현재 186명까지 늘었다.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사업이 성장하면서 시뮬레이터를 제작할 경력직원이 부족한 상태다. 경력직원은 대부분 국내 유수의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업체에서 뽑았다. 많이 뽑지만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직률이 5%에 불과하다. 고용안정성 측면에 있어서도 우수한 셈이다.

이 회사가 이처럼 번창하는 것은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한국의 IT 기술이 골프존 제품에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가상 골프장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기술과 벙커나 경사지를 실물처럼 느끼게 하는 버추얼 그래픽, 여기에 골프공 타구의 방향과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 기술 모두 한국이 세계 톱 수준이다. 김 사장은 “골프존 제품은 동남아뿐만 아니라 스크린 골프의 발생지인 미국으로도 역수출할 정도로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급여와 채용 방식=올해 채용 계획은 상반기에 신입사원 공채를 한다. 경력직은 수시 채용이다. 현재 프로그래머와 웹기획·개발 등의 연구개발 분야를 비롯, 경영관리·해외사업·마케팅·영업·생산관리에서 경력사원을 뽑고 있다. 송지헌 인사팀장은 “면접 때 자신을 미화하고 돋보이게 하기 위해 거짓말할 경우 대부분 드러난다. 골프존의 인재상 중 하나인 진솔한 자세로 자신있게 대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급여는 연봉제며 성과와 역량을 고려해 IT 업체 최고 수준의 보상제도를 시행한다. 대졸 초임 연봉은 2500만원에 성과급을 포함할 경우 3000만원이 넘어 대기업 못지않다. 연말 경영성과에 연계해 지급하는 인센티브는 평가 결과에 따라 연봉 100%까지 파격적이다.재택근무 및 선택적 근로시간제 운영 등 근무환경도 자유롭다. 또 자녀 수와 상관없이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학자금 지원과 배우자 생일 및 결혼기념일에는 10만원 상당의 꽃바구니·외식상품권을 지급한다. 복리후생은 골프 관련 지원이 가장 크다. 입사하면 일대일 골프 레슨은 기본이다. 장비 지원 및 대표이사와 함께하는 골프장 라운드 기회도 마련된다. 주 40시간 근무에 연차휴가가 주어진다.

골프방 사업은= 지난해 골프방 내장객은 67만여 명. 월평균 3회 이상 이용했으니 연간 누적 방문객 수(누적 라운드 수)를 따지면 2000만 명에 육박한다. 창업 열기도 뜨겁다. 시뮬레이터 값은 4000만원대다. 현재는 관련 법규가 없어 업장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창업비용은 시뮬레이터와 임대료를 포함하면 3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글=김태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인재 채용은 … 김영찬 사장

“진솔·진지·진정이런 사람 원해요”

“지난해 전국 골프방에서 골프클럽 7000세트, 장갑 8만 켤레, 공 500만 개가 팔려나갔다. 골프방에 불황은 없다. 필드에 비해 10분의 1 비용에 라운드를 즐기니 오히려 불황에 골퍼들이 몰린다.”

골프존 김영찬 사장(사진)은 삼성전자 정보통신 시스템 사업부장 출신이다. 임원 승진을 앞둔 1993년 사업부장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운영하면서 사업의 기틀을 닦았다. 평소 골프를 좋아했던 그는 골프연습장에 설치된 시뮬레이터를 보고 창업의 계기를 마련했다. 2000년 대전시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벤처업체로 골프존을 설립했다.

그가 꼽는 인재상은 이렇다. ▶진솔(眞率)·진지(眞摯)·진정(眞情)을 바탕으로 한 삼진(三眞)한 인재 ▶참여와 겸손의 미덕을 실천할 줄 알 것 ▶유연한 사고와 창의력을 가질 것 ▶전문지식과 폭넓은 교양을 갖출 것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등이다.

이 가운데 삼진 인재에 관심이 많다. 그는 “진솔함이란 빼고 더함이 없이 있는 그대로 진실한 부분을 의미하고, 진지함이란 그 사람이 가진 부분이 밝은 심성에서도 예의에 어긋남이 없는 것을 말하며, 마지막으로 진정이라는 것은 진실하고 정성어린 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골프방은 어려운 경제위기에 채용을 늘리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는 “골프방에는 창업주와 주야 2명씩 교대로 일할 종업원을 합치면 최소 5명이 필요하다. 올해만 1000개가 새로 생길 전망에 따라 최고 5000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골프방이 국내를 넘어 중국·일본·미국 등 해외시장이 더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골프방은 전 세계 골퍼와 더불어 인터넷을 통해 함께 라운드하는 골프 네트워크로 거듭날 것이라는 게 그의 사업 전망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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