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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12.롯데 껌…12억 중국인의 입맛을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중국 베이징 (北京) 의 식료품 도매시장중 하나인 타이양궁 (太陽宮) .이곳 도매시장의 상점에는 상호와 간판이 따로 없다.

옆 상점과는 숫자로만 구별한다.

타이양궁의 3 - 1호 도매상점은 한국의 롯데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지난8월말 이 3 - 1호 상점에서는 20여명의 소매상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소동이 벌어졌다.

한켠에서는 가벼운 몸싸움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롯데껌을 서로 먼저 받아 가려다 벌어진 일이었다.

베이징에서의 세계금연대회 개최를 앞두고 대회 공식껌으로 지정된 롯데껌이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벌일 것에 대비해 소매상마다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려고 나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도매시장내 30~40곳의 다른 롯데껌 도매상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물건이 동이나 대낮인데도 문을 닫아버린 상점이 있다.

상점마다 겉보기에는 허름하기 그지없는 전형적인 중국 재래 시장의 모습이지만 중국내에서 롯데껌의 인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전세계 수십종의 껌이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 롯데껌은 시장 점유율 30%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롯데제과측은 말한다.

세계 최대 껌회사인 미국 리글리의 시장점유율은 28%.껌의 원조격인 미국.유럽등의 내로라하는 제품들보다 판매량에서 앞서고 있다.

롯데제과 류병호 (柳丙昊) 베이징 지사장은 "국산 제과류중 중국내에서 롯데껌만큼 널리 알려진 것은 없다" 고 자랑한다.

베이징에서는 구멍가게에서부터 대형 백화점의 껌 판매대에 이르기까지 롯데껌은 대부분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징 인근의 만리장성 노점, 베이징 옌사 (燕莎) 네거리의 베이징 옌사 (燕莎) 백화점 지하식품 매장, 중형급 상점인 징위안상창 (京源商場) 등 어느 상점에서도 비슷하다.

회사원인 챈와이루엔 (陳偉聯.22) 씨는 "미국.유럽등 다른 외국업체 껌은 씹을 때의 촉감이 다소 딱딱하지만 롯데껌은 부드러워 중국 사람의 입맛에 맞고 향도 좋다" 고 말한다.

롯데에서 중국에 수출하는 껌 가운데 까페커피껌은 커피향이 나는 껌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소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다.

롯데제과가 중국에 수출하는 껌의 절반 이상을 이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 제품이 인기를 끌자 세계 1위의 껌 업체인 미국 리글리사도 최근 커피껌을 개발, 중국 시장에 시제품을 내놓고 시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롯데껌의 현지 판매 가격은 1.8위안 (元, 약1백80원) 으로 비싼 축에 든다.

최근 출시돼 고급껌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 렛츠고는 2.5위안 (2백50원) , 스파우트는 1.8위안 (1백80원) 이다.

경쟁사인 리글사의 주쉬프루츠가 1.8위안 (1백80원) , 스페인 제너럴 테코페테리아사의 펭펭이 2위안 (2백원) , 이탈리아 페퍼티사의 센터프레쉬가 1.6위안 (1백60원) 인 것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되레 비싼 가격이다.

베이징 옌사백화점의 공보담당 진쯔짜오 (秦子超.37) 씨는 롯데껌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1위를 지키는 것은 "적극적인 판촉과 함께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 잡은 제품력 때문" 이라고 말했다.

롯데껌은 한때 중국.소련 지역 보따리상들의 단골 상품중 하나였다.

라면 한박스 정도의 양이면 50만~60만원 상당인데다 운반.보관이 손쉽고 이익도 많았기 때문이다.

롯데껌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수출되기 시작한 것은 93년. 96년까지 4년간의 껌 수출 실적을 합치면 1억달러에 육박한다.

중국의 12억 인구가 1인당 2통씩 씹은 셈이다.

중국에 수출한 껌을 한줄로 늘어놓으면 만리장성을 2백40번이나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중국 주요 지역에 롯데 껌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가장 강세를 떨치고 있는 곳은 베이징과 동북 3성 (지린 (吉林).랴오닝 (遼寧).헤이룽장 (黑龍江) ) 지역. 롯데제과는 중국외에도 동남아를 포함해 전세계 60여개국에 껌을 수출한다.

올상반기의 껌 수출 규모는 5천5백15만달러 (약 4백96억원) , 이중 중국에 수출한 양은 3천1백64만달러 (약2백85억원) 로 전체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껌은 미국.일본.유럽 업체들과 달리 아직 중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현지 시장을 이처럼 주도하는 것은 초기부터 집중 실시한 다양한 판촉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때문이다.

우선 다른 외국업체보다 앞서 89년부터 싱가포르와 홍콩등을 경유해 중국시장을 뚫었다.

껌 문화가 없던 중국에서 '시장선점' 은 대단한 효과를 발휘했다.

롯데껌의 이미지도 크게 높아졌다.

또 외국 식품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93년 TV광고를 시작했다.

베이징.상하이 (上海) 등 주요 도시.거리마다 대형 전광판을 설치했다.

소매상들에게는 껌판매대등을 무료로 제작해 주고, 도매상들에겐 판매량에 따라 장려금을 주는등의 판촉 지원책도 초기 시장 확대에 큰 몫을 했다.

그러나 롯데껌이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우선 가격 경쟁력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할 것이라고 현지 상인들은 말한다.

외국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춘 것과 달리 롯데는 공장이 없어 관세를 물어가며 완제품을 한국에서 수입해 팔다보니 가격경쟁력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 또 중국 유통시장 개방에 대비해 현지의 유통망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두어야 시장 개방 이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지공장 건립 문제와 관련, 롯데측은 투자비용 등을 감안할 때 아직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게 채산성이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지 공장을 세워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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