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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론 경쟁… 교육모델 확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연예계처럼 공교육계에도 스타 CEO(교장)들이 있다. 앞선 교육혁신으로 신흥 명문고들을 잇따라 탄생시켜 교육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새 정부가 공교육 혁신방안으로 꺼낸 학교 유형의 다양화(기숙형·개방형·자율형 등), 특기적성교육 활성화 등은 이들이 몇년 전 이미 시도한 아이디어다. 우수학생 유치와 교육 특성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을두고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질 정도다.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입시 경쟁 해외 유학으로 눈 돌려
 교육계 스타 CEO로는 남봉철(64) 한국외대 부속용인외고 교장, 박하식(53) 경기외고(옛 명지외고) 교장, 윤정일(66) 민족사관고 교장, 이종효(62) 청심국제중고 교장, 이현구(67) 상산고 교장, 임근수(45) 청심국제중고 교감, 정철화(51) 前 청심국제중고 교감, 최원호(59) 대원외고 교장 등이 꼽힌다.

 이들은 현장에서 수요자 중심의 교육 모델을 선보여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들이 근무한 학교를 교육 CEO가 되기 위한 통로로 여기거나, 벤치마킹하는 교사들도 있다.

 남 교장과 박 교장은 2005년 용인외고의 ‘개교 공신’이다. 용인외고는 남 교장의 대원외고 운영 경험과 박 교장의 민사고 교육 경험의 합작품이다. 남 교장은 8년여 동안 대원외고 교장을 지내면서 유학반 전원 미국 명문대 합격이라는 기록을 일궈냈다. 그는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용인외고 초대 교장으로 초빙됐다.

 최 교장은 대원외고의 터줏대감. 1998년 대원외고 교감 시절 해외유학반 신설에 앞장 선 주역이다. 당시 정부가 국내 명문대를 독점하던 특목고에게 내신 불이익을 주려하자 해외유학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마련했다. 명심보감 암송, 사회복지기관 봉사활동으로 체벌을 대신하는 것도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그의 교육철학에서 나온 제도다.

기업이 운영하는 첫 학교 모델 구상
 박 교장은 영재 및 수월성 교육의 전문가다. 민사고는 개교 이듬해인 1997년 강남 소재 현대고 교사였던 그를 영입, 영어전용 교육과 국제반 개설에 박차를 가했다. 2005년 용인외고 초대 교감에 이어 올해는 경기외고 교장으로 발탁됐다. 청심국제중고교는 2005년 이종효·정철화 교장을 초대 교장·교감으로 영입했다. 국제교육을 표방하며 당시 석·박사 교사 배치, 전과목 영어 진행, 토론식 수업 등을 도입해 ‘청심 입시’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경영학을 전공한 이 교장은 한국테크노과학고에서의 30년 관록을 학교 운영에 녹여냈고, 수학교육을 전공한 정 교감은 부산과학고·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터득한 영재교육 노하우로 보조를 맞췄다.

 교사평가제도를 도입해 학생 중심 수업을 정착시킨 정 교감은 올해 서울 하나고 설립추진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내년 개교 준비에 한창이다. 정 교감이 떠난 자리에는 임근수 전 한국교원대부설고 교사가 기용됐다. 임 교사는 2000년 무료 대입정보 사이트인 ‘유니드림’을 개설, 사교육에 의존하던 학생·교사들과 정보를 공유해 파란을 일으켰다.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구성, 고교과정내 대입논술 출제, 고교등급제 보완 등이 그의 노력의 산물이다.

교육 전공지식과 서울대 동문의 지원
 윤정일·이현구 교장은 서울대 교수 출신이다. 각각 사범대학장과 부총장까지 지냈다. 깊은 전공지식에 현장 실천을 접목한 교육이 이들의 특징이다. 윤 교장은 민사고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당시 민사고는 후원업체인 파스퇴르유업이 매각돼 홀로서기에 나선 데다, 얼굴격이던 박 교감마저 용인외고로 떠난 상태였다. 윤 교장이 미국 일리노이대 교육재정학 박사인 데다 서울대 교수 시절 ‘자립형 사립고 발전연구’로 민사고에 자문을 해줬던 경력이 인연으로 이어졌다.

 이 교장은 상산고가 2003년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되면서 교장으로 초빙됐다. 그 뒤에는 서울대 동문들의 지원이 버팀목이 됐다. 서울대 수학과 4년 선배인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를 비롯해 같은 수학과 출신 윤옥경·김성기 교수, 김성길 서울대총동창회전북지부 회장, 신철순 전 전북대 총장 등이 포진해 있다. 이는 이 교장이 장기간 수장으로 있으면서 ‘자율교육’을 실험할 수 있었던 원천이기도 하다.


프리미엄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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