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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세상보기]정보의 빈부는 싫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오늘 한국인에게 급한 일은 대통령을 잘 뽑는 일이다.

내일 급한 일이 무어냐고 물으면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모레는? 아마 통일을 이루는 일이라고 대답할텐데 사실 통일은 너무 불확실하다.

통일 대신 정보의 빈부 (貧富) 를 없애는 일이라고 대답하면 어떨까.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0년이면 초고속 정보고속도로가 완성된다.

2005년에 완공되는 경부고속철도는 서울~부산간을 2시간내에 연결한다지만 정보고속도로는 전세계를 거의 동시간대에 연결한다.

고속철도는 사람과 물자를 움직이지만 정보도로는 무엇을, 왜 그렇게 빨리 연결한단 말인가.

또 이 고속도로를 달리려면 무슨 장치를 어떻게 움직여야 된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정보의 빈부계급을 형성한다.

이른바 정보를 '가진 자 (haves)' 와 '못 가진 자 (have - nots)' 가 생기는 것이다.

소득의 빈부 격차를 극복하는 과정에 들어선 우리가 또 다른 불평등과 친숙해야 한단 말인가.

정보고속도로를 달리는 기관차는 바로 컴퓨터인데 이 컴퓨터와 친하지 못한 세대를 "불쌍한 자여, 그대 이름은 컴맹 (盲) 이로다" 할까봐 겁난다.

□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보고속도로를 달리는 목적은 바로 인터넷에 접속하려는 것 아닙니까. 인터넷이 생기기 전까지 컴퓨터는 게임 오락기에 불과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터넷을 이용함으로써 비로소 컴퓨터는 의미있는 정보.통신수단이 된거지요. " - (인터넷 플랫폼 JAVA를 개발한 미국 선 마이크로사 노먼 쿠 박사의 말) "인터넷은 모르는 사람끼리, 엑스트라넷은 회사와 회사끼리, 인트라넷은 자기 회사 안에서의 통신수단이 됩니다.

간부들이 이 모든 방법을 알아야 회사가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회사는 이들을 순차적으로 교육합니다.

교육이 끝난 뒤 자신이 정보화된 신인간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굳게 믿는 사람은 서명 (署名) 을 하라고 합니다.

서명은 확대.인쇄돼 교육실 벽면에 부착됩니다.

" - (미국 시애틀 보잉항공사 국제부장 케리 케이블 여사의 말) "고속도로의 주역은 자동차라 치고, 그러면 정보고속도로의 주역은 무엇이 될까요. 아직 형성되지도 않은 얼굴을 미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눈여겨 봐 주시죠. " - (CNN을 매수한 타임 워너 미디어 그룹 로버트 제이컵스 부사장의 말) 자료에 따르면 타임 워너는 출판.음악.영화.연예오락물 제작.케이블TV 등에서 고속PC통신망.쌍방향TV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96년의 매출액은 약2백9억달러 (18조원) , 우리나라의 재벌 순위 5위 쯤에 해당된다.

지식.문화산업이 정보고속도로의 내용물 (콘텐츠) 이 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인터넷은 정보와 지식의 유통 공간이지만 실제로 전자 상거래에도 유용합니다.

이 상품의 바코드에 우리가 개발한 계산기를 대보시죠. 월마트가 취급하는 모든 상품엔 그 상품의 재고 여부와 보충 일정이 적혀 있습니다.

일개 점원이라도 해당 상품의 세계적 유통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통한 유통망 혁신 덕분이지요. " (뉴욕 교외 한 월마트 점포 지배인의 말) 앞서가는 정보화 사회의 현장을 주마간산 (走馬看山) 격으로 본 세상보기子의 느낌은 정보 빈부의 격차는 개인은 물론 국가 사이에서도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대선 (大選) 주자들이 앞다퉈 정보화 공약을 발표하고, 어떤 이는 노트북 PC 사용을 과시하는 모습에서 일말의 기대를 걸고 싶은 심정이다.

김성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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