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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연습하듯 연기 … 다시 이 점수 넘을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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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시 또 이 점수를 넘을 수 있을까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사상 첫 200점을 돌파한 김연아는 경기 후 우승 기분을 만끽할 새도 없었다. 점수를 확인하자마자 ISU 공식 미디어와 짧은 인터뷰를 해야 했고, 숨돌릴 틈 없이 시상대에 섰다. 해외의 ISU 공식 미디어들과 인터뷰를 한 차례 더 진행한 뒤에야 김연아는 공식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시상대에서 눈물을 훔쳤던 김연아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며 환하게 웃음지었다. 그는 “이번이 세 번째 세계선수권인데 그간 아쉬웠던 적이 많았다. 부상 때문에 스스로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었고, 3등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다짐을 하고 나왔다. 부상 없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준비가 잘 된 것 같다. 연습하면서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긴장하지 않고 연습처럼 연기했다. 내년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게 된 좋은 경험이다”고 기쁨이 한껏 묻어나는 소감을 밝혔다.

‘꿈의 점수’ 200점을 돌파한 데 대해서는 “점수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다.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잘 하면 한 만큼 점수를 얻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막상 말로만 듣던 200점을 받고 나니 정말 기쁘면서도 또 이 점수를 넘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넘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이어 김연아는 미셸 콴, 크리스티 야마구치(이상 미국) 등 전설적 피겨 선수들이 자신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준 데 대해 “어릴 적 봤던 챔피언들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 영광이다. 그들처럼 은퇴하더라도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외신 기자들 재미있는 질문도=한국 기자는 15명 남짓이었지만 200석의 인터뷰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빙상 명예의 전당’에 오른 LA타임스 기자도, 이제는 은퇴했지만 사재를 털어 취재를 다닌다는 독일 기자도 김연아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수십 분을 기다렸다.

그들은 한국 미디어를 통해 김연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입수한 듯 “노래와 스케이트 중 더 어려운 게 무엇이냐” “당신의 쇼트프로그램 점수가 남자 싱글로 치면 8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 “2위와 점수 차가 무려 16점이다. 비결이 무엇이냐” “겨울올림픽이 끝나면 은퇴한다는 루머가 돌고 있더라. 사실을 말해 달라”는 등 재미있는 질문들을 쏟아냈다. ‘황당 질문’들이 쏟아져도 김연아는 여유로운 웃음을 띤 채 “당연히 노래보다 스케이트가 더 어렵다” “선수로서 내 목표를 다 달성하는 게 은퇴보다 먼저다”고 침착하게 답했다.

로스앤젤레스=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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