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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 개발 ‘짝짜꿍’ … 치고나가는 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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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 경제의 ‘투톱’인 미국·일본이 불황 이후 세계 경제를 이끌고 갈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힘을 합친다. 미·일 양국 정부가 환경·에너지·소재 등 최첨단 8개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포괄적 제휴 관계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양국은 이르면 다음 달 양해각서(MOU)를 조인한 뒤 정부·민간에서 합동 실무추진단을 만들어 구체적인 협력 분야를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기본 원칙을 토대로 신속하게 실무협의가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세계 경제대국 1, 2위 국가가 사실상 ‘과학·기술 블록’을 형성하는 것이어서 다른 주요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 대상 최첨단 분야는 미·일 양국이 모두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는 환경·에너지·소재 분야들이다. 고갈 우려와 함께 이산화탄소(CO2) 배출 등 지구온난화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석탄·석유 등 화석 연료의 대체에너지 분야 공동 개발이 대표적이다. 연료전지·바이오연료·태양광발전은 일본의 기술이 앞서 있어 불황 극복과 차세대 성장 동력을 동시에 겨냥한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은 적극적인 기술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차세대 첨단 소재 분야에서도 양국의 전략적 제휴가 추진된다. 수퍼컴퓨터를 이용한 단백질 분자 구조 분석이 본격화하고, 소재의 극소화 기술인 나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반도체를 극한의 크기까지 줄이는 기술도 실용화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땅에 저장하거나 땅속의 지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일으키는 연구에도 양국의 첨단기술이 융합된다. 열변환·수소연소 기술도 공동 연구를 통해 실용화를 앞당기기로 했다.

공동연구를 위해 양국은 일본 최대 연구단지인 쓰쿠바(築波)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와 미국 에너지부의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등 5개 연구기관을 참여시킬 방침이다. AIST의 재일 과학자 이철호 박사는 “미·일 양국이 손을 잡으면 막대한 시너지를 내면서 차세대 첨단기술 실용화가 빠르게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불황 이후 미·일 중심의 주요 7개국(G7)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양국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을 모색하게 된 배경이다. 최첨단 분야에서 양국의 최고 기술이 결합하면 유럽은 물론 한국·중국 등과 좁혀지고 있는 기술 격차를 확실히 벌려 놓을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해부터 3년간 20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추진되는 미래성장전략에서도 환경·에너지 기술을 핵심 추진 동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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