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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특허 106건 … 독일 잡지 표지모델 된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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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에는 이 회사 남양중앙연구소의 이언구(55·부사장·사진) 차량기술센터장이 개발한 ‘주행안정성 제어장치(AGCS)’가 달려 있다. 이 장치는 ‘역발상 기술’로 세계적인 관심을 끈 장치다.

자동차는 원래 코너를 돌 때 원심력을 제어해야 한다. 전자장치(모터와 센서)를 통해 힘을 역으로 가해 차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킨다. 전자공학을 이용해 만드는 대부분의 자동차 신기술은 이같이 ‘억제’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 부사장이 개발한 AGCS는 방향과 운동량을 뜻하는 벡터를 이용한 수학적 논리로 만들었다. 자동차가 달릴 때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을 억누르기보다 원인 자체를 없애는 방법을 쓴 것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 위치를 최적화해 차량이 빠르게 코너를 돌거나 갑자기 방향을 바꿀 때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기존 생각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장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사장은 “자동차 기술 개발은 1980년대 후반부터 전자제어 장비로 운동 성능을 제어하는 게 만능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전자장비를 많이 쓰면 제작비가 올라가는 데다 운동에너지의 흐름을 억눌러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내 ‘특허박사’로 불린다. 해외특허만 158건을 출원해 현재 106건이 등록됐다. 과학인용색인(SCI) 논문 7편을 포함해 39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특허와 논문은 대부분 수학적 논리를 기본으로 한다. 수학에 기초해 각종 차체와 제어 기술을 개발한다.

그가 특허를 낸 AGCS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2007년 바르셀로나 모터쇼에서 현대차 처음으로 기술혁신상을 받았다. 현대차는 아직까지 대중차 브랜드라 AGCS 같은 고급 기술을 달 만한 차가 별로 없다. 독일 최고의 자동차 전문잡지인 ATZ 2월호에는 그를 표지모델로 썼다. 9쪽에 걸쳐 이 부사장과 AGCS 특집도 실었다. 그가 개발한 AGCS를 자세히 썼다. 국내 자동차 연구원이 이런 대접을 받은 것은 드물다. 이 부사장은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어 결혼도 45세에 늦깎이로 했다. 그의 지론은 “땀으론 부족하다. 피를 감수하고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다. 땀만 흘려 연구해서는 선진 업체를 따라잡기는커녕 후발업체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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