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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불사? 거꾸로 가는 테마주 조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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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테마주의 시대다. 올 초엔 풍력부품주가 돌풍을 일으키더니 최근엔 발광다이오드(LED) 테마주인 서울반도체가 코스닥 대장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원자력 관련주는 ‘원전 르네상스’ 기대감에 상승세에 가세했고, 태양광 관련주는 중국 정부의 태양광 산업 지원이라는 호재를 만났다.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6.9% 오르는 동안 일부 테마주는 두세 배로 주가가 껑충 뛰었다.

투자자들은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전략을 취할지 말지 고민이다.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서기 전까지는 테마주를 이용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과거에 수많이 나타났다 사라졌던 각종 테마주의 뒤를 따르지 말란 법이 없다. 투자자들이 테마주의 옥석을 가리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진짜 테마 가려야=테마라고 다 같은 테마가 아니다. 잠깐 반짝했다가 사그라지는 단발성 테마는 피하는 게 낫다. 한때 각광받았지만 실적 부진과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며 추락한 ‘엔터주’가 그 대표적인 예다.

풍력·태양광·LED 등 녹색성장 관련 테마는 어느 정도 실체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각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예산에 반영되면서 큰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최근 미국 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재개키로 하면서 주가가 상승한 줄기세포 테마주의 경우, 조심스러운 의견이 많다. 대신증권 봉원길 종목전략팀장은 “테마주 투자원칙은 ‘모르는 것엔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줄기세포나 바이오 관련 테마의 경우 어느 회사가 돈을 벌 수 있는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안병국 투자정보팀장도 “바이오주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성이 과하게 반영됐다”며 “지금은 시장이 개별 테마 위주로 흐르면서 일시적으로 부각되지만 거품이 꺼지면 다른 종목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마별 선도주에 관심=“강남 아파트값이 오르면 흔히 내 아파트 값도 오를 걸로 기대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죠. 테마주도 비슷합니다.” 대신증권 봉 팀장의 말이다. 보통 앞으로 투자가 많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테마로 떠오른다. 문제는 투자는 일부 기업에 집중되기 때문에 그 과실도 특정 기업에만 쏠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LED테마주’로 구분되는 기업이 7~8곳에 달하지만 실제 정부의 투자가 이뤄졌을 때 혜택을 볼 회사는 그중 일부다.

그럼 어떤 기업을 골라야 할까. 대우증권 안 팀장은 “개인투자자라면 테마주 내에서도 앞서 가는 선도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뒤쫓아가는 종목을 선택하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테마든 그중 대표주라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초체력이 충분한지도 따져야 한다. 적자를 내던 기업이 테마와 관련됐다고 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다. 미래가 불확실한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려면 기존 사업에서 이익을 내 투자할 여력이 충분해야 한다.

현대증권 박종선 스몰캡팀장은 “길게 보고 투자한다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나와 있는 종목 위주로 투자하라”고 말한다. 테마주의 주가는 보통 실적보다 기대감에 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실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한다. 이미 테마주 열풍이 지난해 10월부터 일었기 때문에 지금은 기대보다는 실적에 주목할 때다. 따라서 어느 정도 검증돼 보고서가 나와 있는 종목으로 고르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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