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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적금이 다시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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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그랬던 적금이 이제 부활의 나래를 펴고 있다. 주식시장의 침체로 서민들이 좇던 ‘대박의 꿈’은 깨져 버린 지 오래다. 대신 한 푼 두 푼 모아 목돈을 만들던 적금의 추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은행들도 적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종 부가 기능을 붙였다. 이처럼 ‘진화된 적금’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도 인기 회복에 한몫하고 있다.


◆적금의 재발견=한국은행에 따르면 79년 말 적금 잔액은 2조2693억원으로 당시의 정기예금(2조6314억원)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후 두 상품의 잔액 차이는 크게 벌어지기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기예금 잔액(368조9219억원)은 적금 잔액(15조8978억원)보다 23배나 많아졌다.

정현호 국민은행 개인상품부 팀장은 “적금보다 금리가 높아 뭉칫돈이 정기예금으로 쏠렸고, ‘그깟 푼돈 모아 무엇하나’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적금의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매월 수조원씩 늘어나던 정기예금 잔액이 지난해 11월엔 3563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어 12월엔 오히려 자금의 순유출(-2조1905억원)이 발생했다. 올 1월에도 정기예금은 822억원 늘었을 뿐이다. 반면 1월 적금 잔액은 전달보다 2248억원 증가한 16조1226억원으로 2006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경기 침체로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기예금으로 뭉칫돈이 들어오는 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며 “오히려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는 적금이 은행 입장에서도 훨씬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적금의 진화=적금의 단점은 급전이 필요해 해약하면 당초 정해진 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다는 점이다. 이를 감안해 결혼·회갑·주택 마련·대학 입학 등으로 목돈이 필요해질 경우 만기 전에 중도 해지하더라도 약정금리를 보장하는 적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일정 적립 기간이 지난 후부터는 이자 손실 없이 해약이나 인출이 가능한 것도 나왔다.

하나은행의 ‘S라인적금’처럼 무료로 보험에 들어주는 것도 요즘 적금 상품의 기본이다.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부산은행의 정기적금처럼 이벤트성 금리를 얹어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농협의 ‘꿈바라기학생적금’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거나 학교에서 상을 받으면, ‘S라인적금’은 1년 이내에 5㎏을 감량하면 추가 금리를 주는 식으로 손님 끌기에 나서고 있다.

또 예전엔 1000만원, 1억원 식으로 목표치를 정해놓고 매월 일정액을 넣는 적금이 많았지만 요즘엔 1000원이나 1만원 이상을 아무 때나 적립할 수 있는 자유적금이 대세다. ‘투인원 적립식 정기예금’처럼 이름은 정기예금이지만 실제론 적금에 가까운 상품도 많다.

구현수 신한은행 상품개발부 과장은 “시중금리 하락으로 적금 금리도 내리고 있지만 정기예금과의 격차는 크게 좁혀진 상태”라며 “주식시장과 경기 침체가 오래갈수록 적금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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