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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민주당 후보단일화 합의 배경·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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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연합에 맞서는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 - 조순 (趙淳) 민주당 후보의 연대가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趙후보가 5일 李후보와의 2자연대 의사를 천명한데 이어 양측 관계자들은 단순한 李 - 趙연대가 아니라 신한국당 - 민주당의 통합추진이라는 점까지 확인했다.

당대당 (黨對黨) 통합은 권력.인사의 배분과 공동선대위의 구성.운영등 난관이 많아 앞날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양측은 일단 그같은 원칙을 정해놓고 금명간 협상테이블에 마주앉기로 했다.

신한국당의 고위관계자는 "趙후보 뿐만 아니라 이기택 (李基澤) 전총재와 이중재 (李重載) 의원, 강창성 (姜昌成).장경우 (張慶宇) 부총재등 민주당 '원조 (元祖) 세력' 도 李후보로 후보를 단일화하고 당대당 통합을 추진하는데 긍정적인 입장" 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선연합 내지는 합당의 속도는 양측의 공식협상에 달려있지만 일단 양측이 통합의 원칙을 바탕으로 협상하는 것이 대선정국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의 진전에 따라 대선전에도 극적으로 합당이 이뤄질 수 있다" 고 전망했다.

신한국당에서는 그동안 김태호 (金泰鎬) 총장.강재섭 (姜在涉) 의원이 민주당측과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다.

당지도부는 5일 고위대책회의에서 민주당과의 공식 협상채널을 가동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양당의 이러한 통합추진 합의는 趙후보의 빠른 결심에서 추진력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동안 이회창.이인제 (李仁濟) 후보와의 연쇄접촉 결과 3자연대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명분.정서상 이회창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두 李후보중 누구를 선 (先) 연대대상으로 삼을 것인가를 놓고 趙후보의 참모진간에도 의견이 엇갈렸다.

지난달 31일 趙후보가 수행원까지 따돌리고 시내 모처에서 가진 측근회의에서는 '이인제측 2명, 이회창측 1명, 단독출마 1명' 으로 오히려 李전지사 선호파가 우세했다.

이어 1일 趙후보의 두아들과 특보등의 참모회의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고 趙후보는 "양측 의견은 잘 들었다.

조만간 내가 결정할테니 그에 따라달라" 고만 했다.

趙후보도 많이 고민했는데 그는 DJP연합을 깨기 위한 현실적 가능성 면에선 여론지지율이 높은 李전지사가 유리하지만 구정치 타파와 정서적 교감면에선 이회창후보가 자신과 가깝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사석에서 여러차례 "참으로 딜레마야…" 라며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고심끝에 趙후보는 "정치를 계속하기 위해선 뜻과 명분이 맞는 쪽과 손을 잡아야 한다" 는 쪽으로 심경의 가닥을 잡았다.

도덕성을 중시하는 趙후보 입장에선 대선에서 패배하는 일이 있더라도 경선불복으로 민주주의 원칙을 버린 이인제후보와 같이 정치를 해나가기가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趙후보는 국민신당이 청와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이인제 = YS' 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현 상황이야말로 자신과 이회창후보가 손을 잡아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호기 (好機) 라고 판단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趙후보의 결단에는 이회창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도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93년 서해 페리호 침몰사건때 당시 감사원장이던 이회창후보가 한은총재직에서 물러나 있던 趙후보를 초대해 "나라가 걱정이다.

우리가 얼마나 공직에 머무를지 모르나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자" 며 의기투합했던 일이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달 27일 회동에서 이 기억을 상기했다고 한다.

아무튼 점입가경 (漸入佳境) 의 대선판도임에는 틀림없다.

김진.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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