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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설계 장애인 외면 실감" 연세대 건축학도 현장체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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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건축물을 설계할 때 장애인을 위한 작은 배려가 그들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정상인인 건축공학도들이 휠체어를 타고다니면서 건축물.도시환경 설계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고 현재 우리 건축물들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한 보고서를 제출해 화제다.

연세대 건축공학과 이경회 (李璟會) 교수가 지도하는 전공과목 '건축계획방법론' 수강학생 30명은 지난달 25일부터 2~3명이 팀을 이뤄 장애인의 입장에서 건축물을 생각하는 '체험보고서' 를 작성, 제출했다.

이같은 보고서 작성은 李교수가 지난 80년대 한국 건축학계에 처음으로 소개한 BFD (Barrier Free Design) 개념을 실제 응용하기 위한 것이다.

BFD란 '건물과 도시환경을 설계할 때 장애인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둬야한다' 는 개념이다.

수강생중 3학년 이재문 (李在文.27) - 조현찬 (趙現讚.28) 씨 조는 지난달 25일 휠체어를 타고 신촌 지하철역을 출발, 연세대 신촌캠퍼스 전체를 돌며 장애인의 하루를 체험했다.

"신촌역부터 막막하더군요. 유동인구가 많기로 손꼽히는 신촌역에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보조장치가 없었어요. 한사람이 뒤에서 휠체어를 밀고 계단을 올라오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려 기진맥진할 지경이었습니다.

" 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학생회관은 경사가 가파르고 계단이 너무 많아 들어갈 수 없었다.

장애학생을 배려한 통로는 어디에도 없었다.

건물안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하 식당이나 건물 2층 이상은 계단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는 도저히 들어설 수 없었다.

장애인을 배려한 공중전화.화장실 시설도 거의 없었다.

학생회관에서 대강당에 이르는 길과 캠퍼스 곳곳은 휠체어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않을 정도로 경사가 심해 아찔한 순간도 겪었다.

"현재 연세대에만 50여명의 장애학생이 재학중입니다.

그들이 평소 얼마나 불편했을지 생생하게 느꼈어요. " 이들 젊은 건축학도는 "단 한명의 장애인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공공건물만이라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 고 다짐했다.

최재희.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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