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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집행 2년간 유예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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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르노삼성자동차는 2003년 기흥연구소 증축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5년이 지나도록 계획에 그치고 있다.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가운데 건폐율을 20%로 못 박은 규정 때문이다. 당시 건설교통부에 건폐율을 40%로 늘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10월 경기도에 민원을 제기한 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규제로 묶였던 이런 모습이 당분간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27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최장 2년간 한시적으로 규제를 집행 중단하거나 완화 적용하는 내용의 ‘규제 유예’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4월 중에 김호원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실장을 단장으로 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유예 대상 규제를 선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6월 말까지 관련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해 7월 시행할 계획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정기국회를 거쳐 내년 1월 시행키로 했다. 규제 유예 대상은 ▶창업·투자할 때 내야하는 각종 부담금과 자본금·인력·시설 의무 요건 ▶공장 입지·증축 시 지역별 증설 규모 제한 ▶취약계층에 어려움을 주는 전기료나 수도요금 등 공과금 납부 기한 등이다. 유예 기간 종료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규제를 회복하되 부작용이 없는 규제의 경우 폐지 또는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전례 없는 규제 유예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28조9000억원의 수퍼추경 등 재정지출로 경기를 부양하려 하지만 규제 때문에 재정지출이 경기 회복으로 직결되지 못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재정지출과 규제 유예가 병행 실시되면 2%포인트가량 경제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규제 유예가 도입되면 각종 규제로 발이 묶였던 기업에 직접적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또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더라도 일하길 원하는 60세 이상 고령자 등도 혜택을 받을 예정이다. 취약계층에 대해선 수도·전기료 납부 유예 기간을 연장해 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유예 대상 규제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수도권 공장 증설 관련 규제를 유예하면 지난해 일었던 ‘수도권 대 지방’의 갈등 구도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날 규제 유예 조치에 대해 즉각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관련 규제나 고령자에 대한 최저임금제 적용을 배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노조나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악용 소지나 균형발전에 지나친 장애가 오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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