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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머리카락 이야기…흑인풍 레게머리, 버진 아일랜드선 구속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얼굴만큼이나 그 사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머리카락. 색깔.재질.스타일등이 다양한 만큼 머리카락에 얽힌 이야기도 무궁무진하다.

패션기업 베네통이 발행하는 격월간지 '컬러즈' 최근호는 헤어스타일 특집을 꾸미고 머리카락과 관련된 세계각국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보통 한달에 1㎝정도 자라는 머리카락을 가끔씩 잘라주는 일은 일상적인 행동이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의식이 되는 경우가 있다.

세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머리를 깍는 그리스 정교 유태인 소년들은 첫 컷트를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해준다.

일본의 스모선수들은 은퇴를 할때 상투처럼 올린 머리를 자르는 의식을 치르는데 시요노 후지선수가 92년 은퇴할때는 머리를 자르는 장면이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또 캄보디아에서는 결혼식날 아침에 '액을 제거한다' 는 의미로 신랑.신부의 머리를 양가부모가 잘라 향수를 뿌리는 의식을 갖고 있다.

뉴스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들은 흐트러짐이 없는 헤어스타일로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엉클어진 머리도 뉴스를 망치지만 첨단유행 스타일로 화면에 나타날 경우 시청자들이 뉴스내용보다 머리모양에 신경을 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주 ABC방송의 인디라 나이두씨는 단조로운 기본 단발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으며 네팔 TV의 사미타 라나씨는 미용사의 손을 빌지 않고 머리를 깨끗하게 빗어올린후 앞에서 보이지 않도록 핀을 뒤쪽에서 꽂아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가장 신경쓰이는 헤어스타일은 누가 뭐래도 대머리. 머리카락의 원래 역할은 자외선과 바람.추위등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므로 난방기구나 모자.자외선차단제등이 발달된 현대사회에서는 머리카락이 인간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머리카락의 사회적 기능을 생각할때 대머리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대머리 신사들이 탈모치료를 위해 해마다 수십억 달러의 돈을 쓰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효과가 확실하다고 판명된 비법은 없다고. 하지만 단백질.지방등의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고 매일 2~3분씩 물구나무 서기를 해서 두피의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것은 탈모방지에 도움을 줄수 있다.

헤어스타일을 잘못하면 철창으로 보내질 수도 있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는 흑인풍의 레게 퍼머머리를 할 경우 구속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과거 여성들의 머리카락이 바깥으로 드러나면 태형에 처하기도 했다.

70년대 우리나라의 장발단속이나 중고교 학생들의 두발검사도 그 일종인 셈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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