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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실용] '나쁜 여행-스무살 유럽 자전거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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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행-스무살 유럽 자전거여행
이창수 지음, 아이원, 288쪽, 9500원

스무살 젊은이가 유럽을 돌았다. 그것도 자전거로. 이유는 간단했다. 돈키호테를 따라하고 싶어서였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 재학 중인 저자가 2년 전 자전거로 돌아 본 유럽 여행기를 책으로 냈다.

여행기라지만 일기에 더 가깝다. 스무살 대학생의 풋풋한 젊음과 무모해 보이는 낭만, 톡톡 튀는 재치를 가벼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유럽여행을 계획 중인 이들에겐 생생한 정보가 될 듯하다.

우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유럽 지도를 펼쳐 놓고 깨알같이 적어간 ‘더 늙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 눈길을 끈다. 스페인 라만차에서 돈키호테를 만나고, 바르셀로나 해변에서 벌거벗은 여인과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찍고, 프랑스에서 고흐와 세잔을 접하고 낯선 이와 로맨스를 즐긴다는 내용이 싱그럽다.

스위스의 알프스를 오를 땐 ‘허벅지 근육이 절규하는 비명 소리를 들으며’페달을 밟았다고 한다. 또 자전거를 든 채 지하철을 타고, 기차도 탔다. ‘여행은 혼자 해야 제 맛이다’란 소신으로 하루에 100㎞씩 달렸다. 약간의 우울함과 고독을 싣고서, 내 마음대로 계획하고 즐기는 자전거 여행의 묘미가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지면은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디카 세대’답게 디지털 카메라를 십분 활용한 덕분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잘한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실감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록 페스티벌 공연장에선 술을 마신 사람들이 토하는 장면까지 실감나게 포착했다.

그는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5분전 비행기 안에서 마지막 소감을 덧붙였다. “고생이었습니다.예상보다 10배는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생각보다 100배는 더 즐거웠으니까요.”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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