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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익는 마을] 8.금산 인삼주…혀끝에 감도는 은은한 인삼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인삼은 까다로운 식물이다.

인삼의 특징은 물.햇빛을 싫어하는 반수반양 (反水反陽) .인삼은 6년동안 비위 (?) 를 제대로 맞춰주면 사람의 몸에 들어와 활력을 불어넣는 보상을 해준다.

충남금산군금성면파초리. 까만 차양을 친 인삼밭이 펼쳐져 있다.

인삼밭들 사이에 낀 갈대는 가을을 알리는 전령처럼 선선한 바람을 맞아 외지인에게 인사하듯 앞뒤로 휘청거린다.

흔히 인삼주라면 인삼에 소주를 부어 우려낸 술이다.

그러나 금산 인삼주는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금산인삼양조 김창수 (56) 대표는 이런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어떻게 만든 술인데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인삼주의 재료는 쌀과 인삼.솔잎.약쑥입니다.

이같은 재료들을 전통 증류기인 고리같은 장치를 통해 증류한 술이에요. 인삼주는 알콜농도가 43도로 위스키에 버금가는 취기를 전달하는 술입니다. " 김창수씨는 술의 명인이다.

그는 96년 농림부로부터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받았다.

金씨에 따르면 금산 인삼주는 조선시대 사육신의 한사람인 김문기를 배출한 김녕 (金寧) 김씨 집안의 술. 6백년전 사대부 집안의 혼이 담긴 술이란다.

파초리 인삼밭 옆 한 개천의 공터. 오리들은 이리저리 가을 나들이에 바쁘고 노인들이 모여 깔판을 펴고 파초리의 어제를 회상하기에 바쁘다.

"파초리는 징용.학병으로 끌려가던 일제때나 6.25때도 객사한 사람이 없어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복받은 마을이 파초리입니다. "

이인제 (81) 씨는 이 마을 사람이라면 다 아는 얘기라며 마을 자랑을 한다.

"파초리의 물은 영험함과 맑음을 동시에 가졌어요. 분호동 샘터에서 목욕하면 피부병이 낫는다는 전설이 있어요. 서울에서 파는 참물이란 생수도 물탕골에서 생산됩니다."

이장인 김용운 (49) 씨는 영험한 물에 신비의 인삼이 가미된게 인삼주라며 술잔에 담긴 인삼주를 한번에 들이켠다.

파초리에는 80세가 넘은 노인이 30여명에 달할 정도로 장수촌이다.

냇가에 놓인 돌들을 밟고 성큼성큼 건너는 노인들. 그들의 건강 유지 비결이 무엇인지 규명된 바는 없다.

다만 이곳 사람들이 인삼주를 장복해 왔고 인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몸에 밴 노동이 건강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짐작될 뿐이다.

송명석 기자

<인삼주는...>

▶특징 = 보통 노란 색깔이 나는 민속주에 비해 이 술은 투명하다.

첫잔부터 인삼의 향이 입가에 남는다.

알콜농도가 높으므로 술이 약한 사람은 빨리 마시지 말고 작은 잔으로 천천히 마시는게 좋다.

▶재료.효능 = 현미 고두밥과 인삼가루.약쑥.솔잎등이 재료로 사용된다.

발효기간은 총 60일. 발효시킨 다음 증류해 증류주를 만들거나 용수를 박아 채주해 약주로 먹을 수도 있다.

▶가격.문의 = 2만2천 (4백㎖)~4만9천원 (1천㎖) .금산인삼양조 (0412 - 54 - 3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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