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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 날짜 바뀔 뻔한 식목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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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르면 내년부터 식목일(4월 5일) 이전 수주일간을 ‘식목기간’으로 정해 나무 심기를 장려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구체적인 실현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 지시가 내려진 건 24일 국무회의에서였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서 나무 심기에 적당한 시기가 4월 초가 아닌 2월 말~3월이 됐다. 따라서 식목일도 앞당기도록 하겠다”는 정광수 산림청장의 보고를 들은 뒤 나온 반응이었다.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정 청장의 보고 직후 “그래도 ‘식목일’이라고 하면 국민 모두가 바로 ‘4월 5일’을 떠올리는데, 그날은 그냥 두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러고는 별다른 이견이 없자 “차라리 식목일 전에 일정기간 동안 나무 심기를 강조하는 식목기간을 두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온이 올랐으니 침엽수 대신 물을 많이 머금을 수 있는 활엽수를 많이 심는 방안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4월 5일=식목일’이라는 인식이 오랜 세월에 걸쳐 당연한 것이 되면서 온 국민이 산림 조성의 중요성을 매년 되새기는 역할을 해 왔다”며 “상징적인 그날을 바꿔선 안 된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식목일 제정 때보다 2~4도 상승=4월 5일이 식목일로 제정된 것은 1946년 미군정 때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를 전후한 30년간(1931~60년)의 서울 지역 4월 5일 평균 기온은 8도였다. 하지만 최근 30년간(1979~2008년) 서울 지역의 같은 날 평균 기온은 이보다 3도 높은 11도였다. 또 부산은 10.4도에서 12.6도로, 대구는 9.3도에서 12.9도로 올랐다. 전남 목포의 기온도 같은 방식으로 비교했을 때 8.9도에서 11도로 2도 넘게 뛰었다. 바로 이런 기온 상승에 따라 나무 심기의 적기가 당겨지고 있고, 이 때문에 식목일 자체를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지시처럼 식목일은 그냥 4월 5일로 둬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전문가도 많다. 건국대 이승호(지리학과) 교수는 “기후 변화의 정확한 원인도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현상만 보고 호들갑을 떨면 안 된다”며 “기온이 올랐다고 식목일을 앞당겼다가 나중에 기온이 떨어지면 다시 되돌릴 것이냐”고 반문했다.

강찬수·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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