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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홈피는 돈 열리는 ‘황금 논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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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 호미곶 정보화마을 서철영(53) 사무장은 항상 카메라를 메고 다닌다. 대보면 10개 리의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마을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서다. 2003년 사무장을 맡은 그가 지금까지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만 3만여 장. 이 사진은 대보면을 전국에 알리는 밑거름이 됐다. 출향(出鄕) 인사들이 고향 소식을 접하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홈페이지가 활성화하면서 2002년 150명이던 회원이 1646명으로 늘었다. 회원이 늘면서 과메기·피데기 같은 특산물 판매액은 2005년 1200만원에서 지난해 2600만원으로 증가했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24가구는 해마다 500만원 이상씩의 수입을 올린다.

경북 포항시 호미곶 정보화마을의 서철영 사무장(맨 앞쪽)과 주민들이 대보면 복지회관 앞에서 앞서가는 정보화마을을 만들 것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호미곶 마을의 이야기는 25일 수원 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7회 전국 정보화마을 지도자대회에서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전국 358개 정보화마을의 운영위원장 등 1000여 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 우수 마을 29곳이 상을 받았다. 강병규 행정안전부 차관은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지속 가능한 농산어촌 발전 모델로 정보화마을을 발전시키자”고 강조했다.

◆‘쏙’ 잡는 마을=물 빠진 갯벌에 난 작은 구멍에 된장을 풀어 넣은 뒤 붓을 그 구멍에 넣고 흔들면 ‘쏙’이 붓을 문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 지족갯마을 주민들은 지족해협 갯벌에서 쏙 잡는 방법을 마을 홈페이지로 알려 체험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주민들은 “누가 찾아오겠느냐”며 반신반의했으나 2005년 첫해에 400여 명이 찾았다. 주민들은 체험학습 대상을 낚시, 굴·바지락 따기, 맨손 고기 잡기 등으로 늘렸다. 지난해는 1만5000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해산물 판매를 포함한 마을의 공동 수입이 2006년 1800만원, 2007년 8000만원에서 지난해는 2억3000만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민박집을 운영하고 개인적으로 해산물을 판매한 것까지 잡으면 8억원에 이른다. 62가구 15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은 올해는 가구마다 500여만원의 배당을 실시할 꿈에 젖어 있다.

◆전자 상거래로 옥수수 제값 받기=강원도 홍천읍에서 국도를 따라 자동차로 35분 달려야 나오는 서석면 삼생마을은 찰옥수수가 중요 농산물이다. 지난해 강원도 내 찰옥수수 재배 농가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중국산이 수입되면서 값이 한 개에 200원 정도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생마을은 600원에 찰옥수수를 판매했다. 전자상거래와 직거래를 통해서다. 품질이 좋은 데다 몇 년간 마을에 대한 신뢰를 쌓아 이 같은 일이 가능했다.

정보화마을 5년차인 삼생마을은 유기농 된장과 절임배추 등 특화상품을 개발했다. 깨끗한 환경에서 키운 농산물이라고 적극 홍보했다. 2006년 7400만원이던 온·오프라인 농산물 판매액이 2007년 1억2000만원, 2008년 2억2000만원 등 해마다 배 가까이로 늘었다. 삼생마을은 신한증권 등 11개 단체와 결연해 농산물 직거래, 상호 방문 등 도농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찰옥수수 따기 체험은 물론 고로쇠 채취 및 맛보기, 머루와인 담그기, 빙어 낚시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찬호·김상진·황선윤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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