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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과학 칼럼

뿔이 난 뿔난 동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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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소·물소·양·산양·영양 등 솟과에 속하는 동물들의 뿔이 가장 일반적이다. 암컷에는 뿔이 없는 종도 있지만 대부분 암수 모두 뿔이 있다. 태어날 때는 없던 뿔이 성장하면서 자라 나오게 된다. 곧게 뻗은 것, 굽은 것, 나선형 등 모양이 다양해 일부 종의 뿔은 장식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암컷보다 수컷의 뿔이 크다.

큰 뿔을 지닌 수컷이 무리의 서열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뿔은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많이 자라기 때문에 식물의 나이테와 같은 각륜(角輪)이 생긴다. 이를 보고 동물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솟과 동물의 뿔은 피부의 각질층이 변형돼 생긴 각표피가 각돌기를 싸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통각(洞角)이라고 한다.

사슴과에 속하는 동물은 고라니와 사향노루를 제외한 모든 종의 수컷에 뿔이 있다. 순록은 암컷에도 뿔이 있다. 뿔에 가지가 있어 지각(枝角)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혼(horn)’이라 하지 않고 ‘앤틀러(antler)’라고 한다. 사슴과 동물은 1년에 한 번씩 뿔갈이를 한다.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봄에 나기 시작한 뿔은 2~3개월 가지를 치며 자라게 된다. 이 시기의 뿔은 부드러운 벨벳으로 싸여 있다. 이것이 바로 한방의 주요 약재로 사용되는 녹용(鹿茸)이다.

우리나라의 녹용 소비량은 연간 200t 정도로 수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이후 뿔은 점점 굳어져 가을철이 되면 뼈와 같이 변한다. 벨벳이 벗겨지고, 끝은 창같이 날카로워진다.

발정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발정기가 되면 수컷은 서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뿔을 투쟁의 도구로 사용하게 된다. 그러다 겨울을 넘겨 봄이 오면 머리에서 뿔이 떨어져 나간다. 이 뿔을 녹각(鹿角)이라고 한다.

기린은 암수 모두 뿔이 있고, 태어날 때부터 존재한다. 기린의 뿔은 두개골의 연장이기 때문에 골각(骨角)이라고 부른다. 피부가 뿔을 감싸고 있는 형태로 끝에는 털이 나 있다. 기린은 남과 싸울 때 목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과 달리 뿔을 무기로 사용하지 않는다.

코뿔소는 종에 따라 암수 모두 한 개 또는 두 개의 뿔이 콧잔등에서 자란다. 케라틴 섬유로 구성돼 있어 표피각(表皮角)이라고 한다. 코뿔소의 뿔은 위치나 형태, 구성 성분에서 다른 동물의 뿔과 차이를 보인다. 바로 이 특별한 뿔 때문에 코뿔소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주요 약재로 취급되는 코뿔소의 뿔은 1980년대 중반 ㎏당 1만 달러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불법 포획이 얼마나 성행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뿔이 있는 동물은 남들에게 없는 뿔이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야 해야 할 테지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뿔을 약으로 쓰고, 장식품으로 쓰는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년 수많은 뿔 달린 동물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고, 그들의 서식지가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뿔이 난 동물들은 계속 뿔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남식 서울대 교수·수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