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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신고한 정치자금도 "대가성땐 뇌물"…정태수 리스트 4명 유죄선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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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영수증을 발행하는등 정식 절차를 통해 받은 정치자금이라 할지라도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 (재판장 孫智烈부장판사) 는 30일 정태수 (鄭泰守) 한보그룹 총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은 혐의 (특가법상 뇌물수수) 로 기소된 최두환 (崔斗煥) 피고인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이 돈을 받고 영수증을 발행한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금품 수수의 정황과 성격을 종합해 볼때 대가성이 입증된다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며 징역 2년6월.집행유예 3년과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개인의 경우 1천만원, 법인엔 3천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정치자금은 회계장부 기입.영수증 발부.선관위 신고등의 절차를 거치면 처벌할 수 없다고 믿어온 정치권의 관행에 제동을 걸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정치자금 수수에서 위법성을 판단하는 최종기준은 수수의 형식이 아니라 받은 돈의 성격" 이라며 "금품의 성격을 판단하기 위해선 정치인과 공여자의 후원관계, 수수 시기와 규모, 방법의 은밀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한보측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하근수 (河根壽) 피고인과 각각 1천만원을 받은 박희부 (朴熙富).김옥천 (金玉川) 피고인에게도 특가법상 뇌물죄를 적용해 징역 2년6월.집행유예 3년및 2천만~1천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당시 재경위등 소속으로 국정감사에서 한보철강을 문제삼을 만한 지위에 있었고 비록 구체적 청탁이 없었다고 해도 한보철강을 잘 봐달라는 포괄적 청탁을 받은 만큼 직무와 관련된 뇌물성이 인정된다" 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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