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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팽팽한 스톡옵션, 반납-지급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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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은행 경영진에게 주는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아야 할 판에 웬 스톡옵션이냐는 비판과, 우수한 경영진에게 장기적인 평가에 따라 성과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이에 따라 계획된 스톡옵션 부여 계획을 취소하는 곳과, 예정대로 실행하려는 곳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가 소유하고 있는 외환은행은 31일 주주총회에 래리 클레인 행장 내정인 등 두 명의 등기임원에게 98만5000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을 올린다. 외환은행은 이미 다른 14명의 임원에게도 49만 주를 주기로 이사회 결의를 했다.

이에 앞서 신한금융지주의 임직원은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부여받은 스톡옵션 61만 주를 전량 반납했다. 대구은행도 신임 은행장에게 13만 주를 부여하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과도한 스톡옵션에 제동을 걸겠다”고 하자 재빨리 ‘백기’를 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 문제는 행장 선임과 관련이 있어 대주주인 미국의 론스타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대주주에게 한국 내 상황과 분위기를 전달한 만큼 주총 전에 어떤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톡옵션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상황논리에 따른 측면이 크다. 최근 경기 침체로 금융권 전체가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 게다가 은행은 정부의 외채 지급보증을 받은 데 이어 곧 공적자금도 지원받을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임직원이 인센티브를 받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은행 임원은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하려면 스톡옵션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과급처럼 단기 평가에 의한 보상보다, 스톡옵션이 장기적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에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스톡옵션은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지만, 주가가 크게 뛰면 예상보다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도입 초기엔 주가가 부여 시점보다 오르면 차익을 그대로 챙기는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경영 성과와 경쟁사 주가 등을 반영해 지급하는 장치들이 추가됐다. 하지만 주가가 오르면 차익이 급속히 불어나는 구조는 같다. 또 개개인이 얼마나 주가 상승에 기여했느냐를 정확하게 측정하기도 그리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안을 도입하는 곳이 생겨났다. KB금융지주는 2007년 10월 스톡옵션 제도를 폐지하고 경영성과에 따라 회사가 주식을 사서 주는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했다. 주식을 미리 정한 시세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주식을 직접 사서 주는 것이라 과도하게 보상을 할 가능성이 적다는 게 KB금융지주의 설명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말 주총에서 주식 대신 현금으로 장기 성과를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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