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제는 말도 하네' 진화하는 CCTV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숭례문 방화범, 일산 초등생 성폭행 미수범 검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것은 CCTV였다. 범인의 모습을 촬영, 기록하는 무인카메라가 현장에서 '말없는 목격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놀고있는 아이의 모습을 외부에서 컴퓨터를 통해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있다.

최근엔 CCTV가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말하는 CCTV'가 등장한 것. 영상을 기록할 뿐 아니라 자동으로 경고음을 보내고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 도둑에게 자동으로 '꼼짝마' 경고음 = 새벽 2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도둑이 현관문을 따고 거실에 침입한다. 가족들이 모두 자고 있는 데다 낯선 이를 보고 짖어줄 개도 없다. 그러나 도둑은 몇 초 지나지 않아 커다란 경보음과 함께 다음과 같은 목소리를 듣게 된다.

"당신은 불법 주거 침입했습니다. 당신의 모습은 네트워크 카메라로 촬영되고 녹화됐습니다. 카메라를 벗어나려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녹화된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이미 다른 곳에 저장됐습니다."

마루에 설치된 CCTV의 목소리다. 당황한 도둑은 카메라를 부수려 하지만 때는 늦었다. 그의 모습은 이미 관리 서버에 저장된 뒤다. 도둑이 달아나도 집 주인은 관리자 서버에 연결해 도둑의 얼굴을 볼 수 있다. CCTV 한 대 당 IP주소가 부여되고 관리자는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영상을 확인한다.

소형 ‘말하는 CCTV’ 를 가정에 설치한 모습.

네트워크 카메라 업체 엑시스커뮤니케이션즈는 23일 이같은 방식의 CCTV 'M10' 시리즈를 출시했다. 일정한 시각 동일인이 두 번 이상 같은 반경을 서성일 경우 CCTV가 이를 보고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울려준다. 평소에는 '주인님 어서오세요' 등의 메시지가 나오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집에서 아이들이 잘 있는 지 걱정된다면 서버에 접속해 영상을 확인하며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 쓰레기 투기 현장도 '딱' 잡아내 = 말하는 기능을 접목시킨 CCTV는 쓰레기 무단 투기를 잡아내는 데도 쓰인다. 카메라가 자동으로 말해주는 방식은 아니고 무인단속카메라를 보면서 모니터 요원이 실시간으로 감시, 경고 방송을 보내는 방식이다.

최근 충청남도 서산시는 시내 주요 상습 쓰레기 투기지역 9곳에 기존 무인단속카메라에 방송 시설을 추가한 형태의 CCTV를 설치했다. 불법 투기행위 현장을 시청 사무실에서 모니터 요원이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계도 방송을 전달한다. 쓰레기를 규격봉투에 담지 않은 채 버릴 경우 “선생님께서는 지금 비규격봉투를 사용하시고 계십니다. 종량제봉투를 사용해 주세요”라는 경고를 내보낸다.

서산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CCTV에 말하는 기능을 접목시켰더니 무단 투기자들이 훨씬 줄었다"며 "최근 일반 검정 봉투를 버리려다 방송을 듣고 다시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글·사진= 김진희 기자

▶‘말하는 CCTV' 작동 동영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