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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연통해 청소년 성문제등 해결 새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25일 오후 서울종로구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야외광장. 수많은 청소년들이 극단 '그림자' 가 연출한 청소년의 성 (性) 심리를 묘사한 드라마를 관람하고 있었다.

이어 10대 댄스그룹 '미라클' 의 공연을 즐겼다.

여성민우회 성상담소 (소장 양해경)가 벌이고 있는 청소년 성폭력 예방을 위한 캠페인의 모습이다.

성상담소의 유경희 간사는 "청소년들에게 딱딱한 성교육보다는 아예 공개적 장소에서 성지식을 함께 나눠보자는 뜻에서 시도해본 것" 이라고 설명했다.

성범죄.학교폭력등 청소년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일괄적인 '금지' , '규제' , '추상적이고 탁상공론적인 훈계' 에서 벗어나 문화행사에 참여해 문제점을 스스로 느끼거나 창의력을 불러 일으켜 일탈 (逸脫)에서 벗어나게 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기를 펴고 놀 수 있는 문화활동의 장을 마련해 주고 그 안에서 청소년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을 스스로 마련도록 하는 행사들이다.

최근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교육운동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생들이 여가시간에 가는 곳들은 오락실.노래방.비디오방이다.

바로 이런 곳에서 청소년들은 흡연부터 음주, 본드 흡입, 저질 음란영화에 노출되고 성희롱이나 심지어는 성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고 청소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이런 상황에 길들여지면 점점 말초적인 자극을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 청소년들의 삶과 문화의 현주소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런 현실을 놔두고 단속이나 금지만을 강조하는 것은 근원적인 대안이 안된다는 것이다.

강원대 최현섭 교수는 "청소년들은 항상 건전한 문화와 접촉해야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며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청소년들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고 역설한다.

이같은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는 청소년들의 문화를 되살려 각종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시민들이 설립한 서울구로구구로4동 사랑마을교육문화협동조합 (이사장 전병금목사) . 이 협동조합은 '문화의 볼모지' 라는 오명을 못씻는 구로지역 청소년들의 삶과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난 6월 중순부터 쉼터를 운영하면서 각종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평일에는 보통 30~50명의 학생들이 방과후 쉼터에 모여 취미활동을 하던가 요일에 따라서 수필이나 시를 쓰거나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한다.

지난 24, 25일에는 구로중.영림중.경기여자정보산업고교등 5개 학교가 참여한 연극제를 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협동조합의 김성원씨는 "대규모 콘서트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이 자신의 땀과 노력이 담긴 연극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연극에 직접 참여한 영림중 3학년 박정혁 (16) 군은 "친구들과 놀려해도 놀거리나 장소가 없었는데 친구들과 아침 저녁 매일 하루 2~3시간씩 한달가량 연극 연습을 같이한 시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며 "다른 학교 학생들도 만나고 연극도 감상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고 기뻐했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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