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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신시대]上.정상회담 무슨얘기 나눴나(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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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1세기 세계를 이끌어갈 미.중 두 강대국 정상간의 공식적인 만남이 끝났다.

이번 회담은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있어 역대 정상회담중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고 평가되고 있지만 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 이후 양국관계를 총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회동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냉전종식과 함께 신국제질서가 태동되는 시점에 미국과 중국이 오랜 갈등 국면을 탈피, 본격적으로 동반자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나가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장차 21세기의 신국제관계를 설정하는데 주요한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미.중 양국은 일찍부터 '화해의 장' 을 연다는 자세로 정상회담을 준비해왔다.

따라서 이같은 기조 아래 양국은 두나라 관계를 불편하게 했던 다소의 현안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에서 합의점을 도출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측은 우선 ▶핵협력▶양국 관계 증진▶상호 군사협력▶대만 문제등에 있어 원칙적인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또 양국간 가장 첨예한 문제가 됐던 무역 역조문제에 있어서는 중국이 미 항공기를 대거 구매하는등 성의를 보이는 식으로 해결책 모색에 나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있어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 할 수 있는 대만 문제는 미국이 지난 82년 공동성명에서 확인했던대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 중국측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 양측 정상간 직통전화 설치에 합의한 것도 상호 불신 관계를 해소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그러나 여전히 미해결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안이 인권문제로 미국은 중국내 정치범의 석방을 포함, 티베트등 인권현황을 지적하고 있으나 중국은 인권문제가 상대적인 것이며 국내문제라는 입장을 고수,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권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양국간 관계개선에 발목을 잡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밖에 홍콩 반환 이후 홍콩 주민의 선거권박탈문제를 비롯, 중국의 급속한 경제개발에 따른 환경침해문제등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정치나 외교쪽 현안보다 경제.통상쪽에 더 큰 비중을 뒀다.

클린턴은 회담에서 대중 (對中) 적자폭 급증,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 지적재산권 보장등 미 기업들의 관심사를 거론함으로써 '건설적 개입정책' 의 표본으로 삼으려 들었다.

장쩌민 (江澤民) 주석 역시 방미 기간중 인텔.마이크로소프트.웨스팅 하우스.보잉사 방문을 통해 미국 경제인들과 연쇄회동하는등 정부간 공식창구를 통한 외교에 못지않게 대미 '기업외교' 에 비중을 두는 면모를 보였다.

실제로 江주석이 방미기간중 만난 기업인들과 기업방문에 할애하는 시간도 워싱턴 정상회담이나 관리들과의 회동시간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국은 한국 문제와 관련, 한반도 안정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으며 4자회담 성사도 이같은 목적달성에 기여한다는 점에도 공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이제까지 기대돼 왔던 역할을 계속 수행해 나가겠다는 긍정적인 답을 표했다는 의미다.

아울러 지난달 발표된 미.일 신방위지침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우려를 표하고 미국은 이에 적절히 해명하는 수준에서 마무리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양측은 이밖에 여러가지 미해결 과제를 남기긴 했으나 양국 모두 오랜 기간 엄청난 신경전을 벌인 끝에 이뤄진 정상회담이고 또 내년 클린턴의 방중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가 돼 있어 이번 회담에서는 무리한 결론을 내기보다 양국 관계의 지향 방향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설정하는 수준에서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회의의 내용보다 형식, 양국관계의 실질적 진전보다 관계개선등 외연 (外延) 쪽에 보다 큰 의미를 뒀다는 인상이 짙은 것이다.

윈스턴 로드 전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이번 회담의 의미를 역사적 중요성과 행사로서의 가치 중간쯤에 두고 있다" 고 지적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말이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미국·중국 회담 주요 의제>

군 사 = 중, 핵기술이전금지

미, 원자력산업 중국 진출

양국관계 = 핫라인 설치

정부간 회담 연례화

대 만 = 하나의 중국원칙 재확인

교 역 = 중, 항공기 20억달러 구매

인 권 = 인권문제 거론 양해

한 반 도 = 4자회담 진전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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