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 금융가 이모저모…외환통계 자료 '대외비' 철저한 보안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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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외환시장이 이틀째 마비상태에 빠지자 은행들도 고객들에게 적용하는 환율을 정하지 못해 혼란을 겪고 있다.

은행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오전중에도 두세차례나 고시표를 바꿔달고 있어 일부 창구에서는 고객들이 "갑자기 왜 비싼 환율을 적용하느냐" 며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은행들은 이날 대부분 개점때는 달러당 9백56원94전을 적용했으나 4~5분뒤 10~20원씩 올려 받기 시작해 아침 일찍 온 일부 고객들만 달러화를 비교적 싸게 살 수 있었다.

○…환율이 급등하자 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 거주자외화예금규모등 외환시장에 관련된 통계를 "환율불안을 더 자극시킬 우려가 있다" 며 일제히 '대외비 (對外秘)' 딱지를 붙이며 보안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지난달말 한은은 매달 고정적으로 발표하는 외국인주식투자자금 이탈규모에 대한 통계를 내놓은뒤 청와대, 재정경제원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는데 이때부터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후문. ○…달러가치 급등에도 불구하고 서울 남대문, 회현동 일대의 암달러상들은 의외로 조용한 모습이다.

60대 초반의 한 암달러상은 "달러값이 너무 오르다보니 달러를 사자는 손님의 발길마저 뚝 끊겼다" 며 "점심시간이 다됐는데 아직 헛탕" 이라며 하소연. 이날 암달러상들은 달러화를 사려는 고객들에게 전날보다 1백달러당 1천원정도 높은 9만5천~9만5천5백원을 불렀고, 달러화를 파는 사람에게는 1백달러당 9만4천원을 적용했다.

이는 은행 창구에 비해 달러를 살 때는 1백달러당 2천원, 팔 때는 1천원 가량 싼 가격이다.

남윤호·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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