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학들 “천안문 사태 재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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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민주화운동인 천안문(天安門)사태 20주기(6월 4일)를 앞두고 홍콩 대학들이 술렁이고 있다. 대학 학생회 대부분이 연합해 희생자 추모집회를 열거나 관련 책자를 발간해 시민들을 상대로 천안문사태 재평가 운동을 벌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콩 정부와 대학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는 아직도 천안문사태를 일부 폭도의 국가 전복 행위로 규정해 재평가를 금지하고 있다.

최근 홍콩대 총학생회는 천안문 재평가 관련 투표를 다음 달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투표에서 과반수 학생이 찬성하면 총학생회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재평가를 촉구하는 활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또 6월 4일을 전후해 홍콩 시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추모집회에 학생회 이름으로 참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홍콩의 여러 대학 학생회와 연합해 공동으로 천안문사태 특보를 발행한 후 학생과 시민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중원대(中文大)는 천안문사태 20주년을 기념하는 보고서 형태의 학생신문 특보 8000부를 인쇄하기로 했다. 6000부는 6월 4일 추모행사 참석자들에게 배포하고 2000부는 학생이나 교직원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생회비에서 3만 홍콩달러(약 535만원)를 발행 비용으로 배정해 놓았다. 침례대도 특집 3000부를 발행해 학생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링난(嶺南)대 학생회는 특보는 발행하지 않지만, 추모집회에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청스(城市)대는 관련 행사를 놓고 학교 측과 총학생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총학생회 편집위원회는 23일 천안문사태 특집 학보를 발행해 학생들을 상대로 재평가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사태 실상과 희생자 숫자, 의의 등을 재조명하겠다는 것이다. 또 6월 4일 저녁에는 시내 한 공원에서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를 열어 학생들의 재평가 토론회를 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감찰위원회는 학생회의 특보 발행과 추모활동 등이 불순분자들의 반정부 활동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학부모와 교수 가족들까지 동원해 학생회의 특보 발생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청스대 학생회는 홍콩대·중원대 학생회와 연합해 특보 발행과 추모집회 참여 운동을 벌일 가능성이 커 학교와 학생회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학생들은 이 밖에 홍콩의 인터넷 매체인 ‘독립매체(獨立媒體)’에 천안문사태 관련 글과 정보를 많이 올려 시민이 재평가 운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도 세워 놓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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