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T, 실용 중국어 실력 측정에 효과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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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련 업무를 할 실무자를 뽑고 키우는 데 아주 효과적일 것 같다.”

중국 전문가로 통하는 ‘김앤장’법률사무소 김종국(47·사시 28회·사진) 변호사가 ‘비즈니스 중국어 시험’(BCT:Business Chinese Test)을 본 소감이다. 그는 21일 서울 대광고에서 치러진 BCT 시범시험에 응시했다. 100여 명이 참가한 이날 시험에선 듣기·읽기·말하기·쓰기 등 네 가지 분야에 걸쳐 중국어 능력을 측정했다.

김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두터운 중국 인맥과 현장 경험을 쌓아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전지검 검사로 근무하던 1996년 방문학자 자격으로 베이징대에서 1년간 연수했다. 그 뒤 2002년 8월부터 2년6개월 동안 주중 한국대사관 법률 참사관으로 파견돼 일했다. 김앤장으로 옮긴 2005년 9월 이후에도 중국 관련 업무를 계속해왔다. 그런 만큼 중국어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3일 김앤장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지금도 중국 고전이 담긴 중국어 CD를 들으며 출퇴근하고, 중국 최신 서적과 중국법제일보(法制日報)를 읽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BCT에 도전한 이유도 그동안 닦은 중국어 실력을 재점검하고 더 분발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였다. 그는 BCT에 대해 “중국 사회에서 사용되는 업무용 팩스나 팸플릿·광고 등의 문장이 듣기·읽기 시험의 지문으로 사용된 것이나, 말하기 시험에서 채용 면접장을 설정해 테스트했던 게 인상적이었다”며 “쓰기 시험에선 ‘이직하는 부하 직원을 위한 추천서’를 쓰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 년 전 HSK(漢語水平考試)를 본 경험이 있다. “HKS가 중국의 역사·사회·지리 등 광범위한 지식을 묻는다면 BCT는 실생활 언어 능력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단기간에 실무 능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한다.”

김앤장 중국팀에 소속된 그는 한·중 기업 간 민·형사 사건들을 맡아 현지 출장도 잦은 편이다. “중국의 반(反)독점법과 신(新)노동계약법 때문에 곤란을 겪는 한국 기업 수가 늘고 있다. 중국 사업을 할 때 법보다 관시(關系)가 더 중요하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특히 중국이 97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죄형 법정주의를 확립하는 등 법치주의 틀을 갖춰 왔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는 형법 개정 당시 한글 번역서를 펴낸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사업을 쉽게 생각하는 데 중국어나 중국 법·문화를 모르면 성공하기 힘들다.”

그는 “중국 관련 업무를 잘하려면 중국인들의 내면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은 삼국지·초한지보다 홍루몽을 더 좋아하고, 30년 전 대륙을 휩쓴 문화혁명의 상흔을 아직 치유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인들과 친하려면 당시(唐詩) 300수 정도를 알고 있어야 필요할 때 적절히 써먹을 수 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잘나가는 중국인들은 보통 서너 개의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기 때문에 업무용 전화번호만 알아선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소개했다. 그가 13년간 중국의 법조인들을 사귀면서 터득한 지혜다. 그가 개인용 전화번호를 받아 교류하고 있는 중국 인사들의 숫자는 300여 명에 이른다.

“중국을 제대로 알려면『시가 있는 중국역사 산책』『제국의 슬픔』『공산주의 이론비판』등 기본서들을 읽어야 하고 그들의 의식과 생활을 관통하는 ‘실전 중국어’를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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