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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칼럼]김대중총재·김종필총재 연합…두 金 야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DJP가 마침내 연합했다.

그러나 합의했다는 협상내용을 보고 느껴지는 첫인상은 권력을 잡기 위한 두 金의 야합 (野合) 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합의 골자는 1차 올해 대선에서의 승리, 2차 내각제 개헌이다.

그것을 다시 뜯어보면 이번엔 DJ, 다음엔 JP라는 것이 그 핵심이다.

70대의 두 金씨가 그들의 정치수명연장을 위해 진보 - 보수의 이질성까지도 뛰어넘기로 한 것이다.

대선승리는 목표의 추구나 내각제개헌이라는 새로운 정치체제를 위한 제휴는 정치세력간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좌 - 우, 진보 - 보수의 동거 (同居) 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보수당끼리 싸움박질하다가 다수당인 자민당이 가장 적대적이던 소수 사회당과 손을 잡고 총리자리까지 내준 일도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지금 우파 대통령과 좌파 총리가 동거정부를 꾸미고 있다.

두 金은 전혀 다른 정치이념과 체질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안기부법에 대해 생각이 다르고,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노조에 대한 견해차가 크다.

그들은 다른 대북 (對北)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다른 경제정책을 펼치기 위해 연합한다는 것이다.

이런 진보 - 보수의 2인3각체제가 국정을 더 혼란스럽고 갈등으로 몰아넣는게 아닐까 걱정된다.

그들이 추진한다는 내각제가 지금 이 시점에서 반드시 좋은 선택인지도 의문이다.

지난 5년간 문민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사작용이 내각제일 수는 없다.

무능한 한 사람의 대통령에게 국가권력을 몰아주는 것과 부패한 구정치세력의 기득권을 거의 영구적으로 보장해주는 것과 어느 쪽의 폐해가 더 클지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이 시점에서 내각제의 선택은 3金정치의 영속화이고 기득권세력의 특혜보장에 다름 아니다.

더군다나 합의한 내용을 보고 있으면 거기엔 동일한 정치목표를 추구하는 일치된 비전은 없다.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바탕으로 한 권력의 철저한 나눠먹기와 계산속만 있을 뿐이다.

장관수도 50대 50, 처음엔 이쪽에서 대통령, 그리고 다음엔 다른 쪽이… 이런 식이다.

그렇게까지 세세하게 문서화하고 그런 담합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공표해서 '공인' 받겠다는 데는 서로간에 불신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이미 김대중 (金大中) 씨는 스스로 써준 정치각서를 헌신짝처럼 버린 경력이 있고 말을 여러차례 바꾼 전과가 있다.

자민련은 그것을 빌미로 온갖 양보를 받아낸다.

이런 불신을 바탕으로 한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는지도 의심스럽다.

각종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지지도 5%에 못미치는 JP의 거취가 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국민회의측도 그런 점을 인정한다.

다만 JP의 보수색이 선거때마다 색깔론에 시달리는 DJ의 진보색채를 묽게 하고 지역적 반감에 물을 타는 희석효과를 기대하는 것이고 자민련은 그 대가를 챙기겠다는 장삿속이다.

실제로 DJP연합이 일반적인 여론의 결과처럼 DJ지지표+JP지지표와 같은 산술적인 상승효과를 반드시 가져올지는 알 수 없다.

'DJ후보 - JP선거대책위원장' 이 나란히 자리에 앉은 모습이 지겨운 3金정치의 연장으로 비쳐진다면 오히려 마이너스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金의 야합에 대항할 대안세력은 아직 떠오르지 않고 있다.

신한국당은 해체의 길을 걷고 있고 이회창 (李會昌) 후보는 반민주계.반YS감정으로 뭉친 민정계에 옹위됨으로써 정체성 (正體性) 을 상실하고 구세력의 일파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했다.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이인제 (李仁濟) 씨가 그런 역할을 해내려면 그에 대한 노장층의 거부감을 씻어내야하며 민주계의 아류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전세력연합을 주장하는 조순 (趙淳) 후보 세력은 미미하다.

반DJP연대니 국민연대니 하지만 지역감정에 기대거나 색깔론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정코 국민의 기대를 모으는 새정치연대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기초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3金정치가 연장되고 내각제개헌이 되면 YS도 득보는 쪽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진정 정치개혁을 이루고자 한다면 3金정치청산의 돌파구를 뚫는 역할을 해내야 할 것이다.

구정치의 폐습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구세력의 역할종료를 선언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YS의 탈당과 정치적 중립선언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배 <뉴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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