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중총재·김종필총재 연대는 그렇다 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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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른바 DJP연합이 마침내 성사단계에 온 것 같다.

현재의 지지율 추이로 보면 이로써 국민회의 - 자민련의 공동집권이 한걸음 더 현실감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양당이 합의했다는 DJP단일화 합의문이 더 관심을 끈다.

보도된 합의문의 내용을 보면 DJ가 대통령후보가 되고, 집권할 경우 총리는 JP가 맡으며, 각료는 철저히 50 대 50으로 균분하고, 내각제 개헌후 첫 대통령과 수상의 선택권을 자민련이 갖는 것으로 돼 있다.

우리는 이런 합의문이 어렵고 긴 협상을 통해 분명하고 엄밀한 표현으로 문서화된 것으로 알지만, 첫 느낌에 정당간의 합의문이라기 보다 마치 회사간의 계약서 같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정당이라면 추구하는 공동목표와 국민에게 호소하는 대의명분이 강하게 제시되게 마련인데 '50 대 50' 이니, 선택권을 누가 갖는다는 식의 합의사항에서는 '지분' 문제.권력분배문제가 더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물론 DJP연합에도 명분이 있다.

정권교체와 내각제가 그것이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그 자체가 명분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통해 이룩하려는 개혁과 비전의 추구가 명분이다.

하지만 집권후 2년여의 짧은 기간에 개헌 등 대대적 정치구조 개편을 추진하자면 정권교체를 통해 이룩하려는 '뜻' 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내각제 추진에 대해서는 정권교체후 상당한 정계개편이 있을 것을 예상하더라도 개헌에 필요한 3분의2 의석확보가 과연 가능할지, 국민적 선택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여러모로 불확실성이 많다.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누지 못한다는데 5년 임기를 보장받은 대통령이 기득권을 포기하며 개헌을 적극 추진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여전하다.

특히 그 대통령이 대통령제를 더 선호하는 경우 더욱 그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2년반 후가 될 내각제하의 대통령과 수상의 선택문제를 양당 합의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또 실제 가능한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DJP연합이 집권할 경우 2000년 이후까지 DJ와 JP가 양당을 이끄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나 당시의 국정은 당시의 필요와 국민여망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맡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런 인물이 가령 첫 선택권을 행사할 자민련 내부에 없을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

그때 가면 두 金씨의 연령도 70대 중.후반에 들어갈텐데 계속해 대통령과 수상을 맡아나갈 것인가.

우리는 DJP연합 합의문에서 갖게되는 이런저런 느낌과 의문에 대해 장차 구체적 현실에서 어떤 답을 발견할는지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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