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중국 관계의 건설적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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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가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에 빠져 허둥대고 있는 동안 한반도 주변의 외부 정세는 우리 사정과는 아랑곳없이 진행되고 있다.

20세기를 맞이하던 1백여년전 선인 (先人) 들이 바깥 세상의 움직임에 둔감한 나머지 나라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던 경험에 비춰 새로운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의 국내 사정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갖게 한다.

우리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나라밖의 움직임에 대처하기는커녕 관심조차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쩌민 (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방문은 단순히 미.중관계 개선이라는 양자관계의 맥락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질서재편이라는 글로벌한 시각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당장의 현상만 놓고 보더라도 중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세번째 규모의 경제거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21세기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정치.군사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추구할지도 모르는 세력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런 중국을 상대로 한 최근 미국의 관계는 원만하지 못했다.

인권정책을 비롯, 무기확산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중국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마찰요인에도 불구하고 중국 최고지도자의 미국방문이 이뤄져 정상회담까지 갖게 된 것은 물론 서로 전략적 필요에 따른 것이지만 두나라 관계의 안정적 발전은 우리에게도 바람직하다.

중국과 미국이 모두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자국 (自國) 의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고 각기 남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국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예정으로 있어 우리로선 큰 관심거리다.

두나라 정상의 만남이 아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이끌어가는 튼튼한 바탕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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