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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빠진 이해찬 후보 청문회] 질문은 솜방망이…답변은 송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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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4일 17대 국회에서 처음 실시된 이해찬 총리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기대와 달리 시종 맥빠진 가운데 진행됐다. 김선일씨 살해사건, 수도이전 공방같은 굵직한 현안에 가려진데다 의원들의 준비 소홀과 솜방망이 질의로 자질.도덕성 검증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졌다. 의원들의 질의시간은 제한된 반면 이 지명자의 답변에 많은 시간을 부여한 청문회 방식은 "해명용 청문회"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해찬 국무총리후보자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한 뒤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솜방망이 질문'와 '소신 답변'=이 후보자는 부인 김정옥씨의 부동산 투기의혹 및 건강보험료 고의 미납 의혹 때문에 시달렸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이 후보자의 부인이 대부도 땅을 매입하면서 농업경력이 15년이라고 허위기재한 것은 농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농업경력을 15년이라고 기재한 것은 사실과 다르지만, 문제는 그 땅을 사서 농사를 지을 것이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투기 목적이었다면 대부도에 땅을 샀겠느냐"고 반문했다.

심 의원은 또 이 후보자의 부인이 경영하는 H문화원에서 국회 인턴사원이 일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의정활동을 위한 인턴을 개인용도로 써도 되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전재희 의원은 "이 후보자와 별도로 부인이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그동안 내가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어 (배우자가) 별도로 내야 하는지 몰라 그랬다"고 해명했다.

반면 일부 여당의원들은 이 후보자를 두둔.옹호하는 발언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열린우리당 신중식 의원은 "이 후보자의 교육정책에 큰 실패가 있는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혼선이 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선일씨 사건과 관련한 질의에 대해 이 후보자는 "의원님들보다 더 많은 정보가 없어 더이상 말씀드릴 수 없다"며 예봉을 피해갔다.

◇'이해찬식 교육개혁'공방=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교원정년 단축시 60대 교사를 개혁 대상으로 지칭하고, 촌지거절 교사 우대정책을 이틀 만에 철회했다"며 "밀어붙이기식 졸속 개혁 아니냐"고 따졌다.

열린우리당 이호웅 의원도 "교육개혁이 학생들의 학업능력 저하와 교권의 저하.추락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있는 것을 아느냐"고 했다. 이 후보자는 "교원정년 단축에 대해 당사자인 선생님들에겐 지금도 송구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나 자녀들을 위해선 안할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해찬과 노회찬의 설전=이 후보자는 이라크 추가 파병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추가 파병 병력에 대해서는 장비라든가 방어력.경계력 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파병철회를 당론으로 정한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이 비판을 가했다. 그는 "이라크전이 침략전쟁으로 규정되면 나중에 법정에 설 용의가 있느나""제2의 김씨 사건이 재발해도 또 파병원칙 불변이라고 할 것이냐"고 따졌다.

이 후보자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그렇게까지 말할 게 아니다""가정해서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김씨 사건 이후 파병 반대를 강하게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응징하거나 테러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강갑생 기자<jmle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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