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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짓기 바람부니 일자리도 ‘단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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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8일 오후 전남 무안군 현경면 석북마을. 한옥 나무 뼈대의 지붕에서는 4명이 서까래에 부연을 덧얹느라 망치질이 한창이었다. 마당에서는 또 다른 2명이 긴 판자를 치수에 맞춰 자르는 마름질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한옥 일을 해 왔다는 노병범(46·전남 함평)씨는 “스물댓 평짜리 한 채를 짓는 데 대여섯 명이 두 달은 꼬박 달라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옥 건축업체인 남강황토산업개발 김권상(54) 대표는 “일손이 달려 전북·경남 등 외지의 사람들까지 오고 있다”며 “전체 건축비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일반 건축물은 40% 정도지만 한옥은 5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 석북마을에서 한옥의 지붕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올해 한옥 19동을 지을 계획이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남에 불고 있는 한옥 신축 바람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내고 있다. 한옥은 목재·황토벽돌 등 부자재의 생산과 건축 공정 모두 기계화가 덜 이뤄져 일반 건축 현장보다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

전남의 한옥 신축은 2007년 85채에서 지난해 341채로 늘었다. 올해는 700채가 넘어 하루 5~6명이 두 달 동안 투입된다고 볼 때 연인원 20여만 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한옥 한 채의 건축비를 1억원으로 산정하면 노임 총액도 300억원가량에 달한다. 한옥 작업 일당은 공사를 총괄하는 도편수 25만원, 일반 기술자 15만~18만원, 보조 12만원가량이다. 전남도 이승옥 행복마을과장은 “한옥사업 규모가 커지면 건축 현장의 직접고용뿐 아니라 부자재 생산 업체의 간접고용 효과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남에는 최근 한옥 시공업체 5곳이 새로 생겼다. 목재 제재소도 3곳이 신규로 문을 열었다. 본사를 서울에 둔 ‘스튜가’의 최원철(53) 대표는 “전남에서 한옥을 많이 짓고 있어 현지에 목조 건축자재 생산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주택 외에 한옥 양식의 공공건물 신축도 잇따르고 있다. 전남도는 지사 공관과 영빈관을 한옥으로 지은 데 이어 지난해 도청 앞 관광정보센터를 목구조 팔작지붕형으로 건립했다.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인 완도수목원 안 산림박물관도 한옥 형식이다. 2010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인 FI 자동차 경주장의 선수촌·상가와 상징 문도 한옥 양식으로 설계하고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주거개선 효과와 함께 한옥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한옥으로 주택을 지을 경우 최대 2000만원을 무상 보조하고, 최대 3000만원을 연 2% 3년 거치 7년 상환으로 융자해 주고 있다. 이와 별도로 13개 시·군은 2000만원도 보조한다. 도립 남도대학에는 한옥문화산업과가 신설됐고, 목조건축 직업전문학교가 운영 중이다. 영암군에는 한옥산업연구소가 들어서고, 전통 한옥이 많은 영암군 구림마을의 왕인박사 유적지에선 11월 한옥건축박람회가 열릴 예정이다.

광주=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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