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치료에 도움” … 사도세자 ‘화첩’ 서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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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조의 친부인 사도세자(1735~62)가 뒤주에 갇히기 나흘 전에 쓴 최후의 친필이 확인됐다. 조선시대 화첩인 ‘중국역사회모본(中國歷史繪模本)’의 서문(사진)이 사도세자가 직접 쓴 글이라는 학계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사료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지금까지는 저자가 완산(전주) 이씨로만 알려져 있었다.

정병설(43)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23일 ‘중국역사 회모본’의 서문을 사도세자 유고 문집인 ‘능허관만고(凌虛關漫稿)’의 서문과 비교 분석한 결과, 사도세자가 직접 쓴 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문은 11쪽 분량이다. 여기엔 ‘금병매’ ‘육포단’ 같은 연애 소설과 천주교 서적 등 당시 왕세자가 드러내 놓고 읽을 수 없었을 83종의 책 목록이 담겼다. 사도세자의 지적 호기심의 범위를 짐작하게 하는 중요한 도서 목록이다. 화첩엔 ‘서유기’ 등 고전 소설의 장면을 그린 그림이 150여 장 수록돼 있다. 오늘날로 치면 ‘만화책’이다. 서문에는 “이 한 권에 여러 시대가 다 있으니 봄날 겨울밤 병과 외로움을 치료하고 소일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계간지 ‘문헌과 해석’여름호에 실릴 예정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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